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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Jun 09. 2017

가짜뉴스 fake news 대응하기

가짜뉴스 개념과 우리의 대응자세

The picture from BBC radio 4




가짜뉴스 fake news. 이번 대선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단어이다. 신문지면과 방송을 통해 우리는 매우 빈번하게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접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그저 "그거 가짜아냐"라고 말해도 될 것을 "그거 가짜뉴스아냐"라고 할 정도로, 바야흐로 가짜뉴스의 시대였다.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사실(fact)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상대에게 바로 가짜뉴스라는 굴레를 씌웠다. 마치 가짜뉴스가 엄청난 힘을 가진 보검이라도 되는 듯 상대를 향해 거칠게 휘둘러댔다. 그 말을 받는 사람 역시 자신에게 양치기소년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어질까봐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며 크게 반발했다. 상호 공방 속에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끊임없이 나왔다.


싸움구경에 재밌어질 무렵, 문득 궁금해졌다.


가짜뉴스란 무엇일까?


위키피디아에 Fake news를 검색해보았다.

Fake news is a type of yellow journalism that consists of deliberate misinformation or hoaxes spread via the traditional print, broadcasting news media, or via Internet-based social media.


"가짜뉴스는 전통적인 뉴스 형태 또는 인터넷 기반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는 허위사실로 구성된 황색언론"이라고 정의하고 있었다.


행태를 중심으로 재정의하자면, "허위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꾸며 전통적인 뉴스 형태 또는 인터넷 기반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하는 행위"정도가 될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특성(자유로운 참여 및 수정)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일어나는 양태를 모두 포함한 굉장히 넓은 개념(광의)으로 정의되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반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의는 조금 범위가 좁다. 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를 의미한다고 한다. 전통적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는 재단의 특성상 소셜미디어 등 대안언론을 제외한 좁은 의미의 개념(협의)으로 정의했을 거라 추측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와 한국언론진흥재단 간 개념 정의의 가장 큰 차이는 '인터넷 기반의 소셜미디어'를 기사 생산 및 유통의 수단으로 인정할지 여부이다. 즉, 소셜미디어를 전통적 언론을 대체하는 대안언론으로 그 지위를 인정할 것인지가 핵심인 것이다.


이는 News에 대한 개념 정의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로까지 연결된다. 물론 광의는 소셜미디어도 전통적인 언론의 역할을 대신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보겠지만, 협의는 전통적인 언론만이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고 제한할 것이다. 이 문제는 미국에서 페이스북(Facebook)을 뉴스 생산자(언론사)의 지위로 볼 것인가의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였다. (물론 이 문제의 핵심은 가짜뉴스 유통(전파)의 책임이 SNS에도 있느냐 였다. 처음에 페이스북은 '기술 기업'임을 고집하며 언론사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최근 방향을 전환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인정했다.) 이 논의는 정말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 글의 핵심은 아니므로 기회가 되면 다음에 논의하기로 하자.


그렇다면 우리의 실제 현실에서는 "가짜뉴스"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가짜뉴스"에 대한 범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의 범위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선관위의 경우 "가짜뉴스"에 대해 조사 및 단속할 권한을 법으로부터 부여받고 있기 때문에(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72조의2), 더더욱 가짜뉴스 범위 설정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허위사실이 포함된 전통적 뉴스형태에 대해 가짜뉴스임을 부인하는 사례는 없다.(협의)


미국에서 가짜뉴스의 대표적 사례로 제시되는 것이,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뉴스기사 article힐러리 클린턴이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는 뉴스기사 article인데, 온라인 언론사에서 생산한 뉴스 형태를 띤 허위사실인 전형적인 가짜뉴스이다.




독일의 경우,  메르켈 총리가 히틀러의 딸이라는 뉴스기사 article도 있었다. 역시 전형적인 가짜뉴스 사례다.


인터넷언론 [MINA] 해당 기사 화면



다만, 한국의 경우 뉴스기사의 형태를 가진 가짜뉴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선관위가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미리 참고해 사전에 준비를 잘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가짜뉴스 예방을 위해 검찰, 경찰과 긴밀히 협조하였고, 김대년 선관위 사무총장은 사전에 직접 페이스북 담당자를 만나 가짜뉴스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우리 언론의 경우 어느 정도 자정작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등을 통해 허위사실 유포죄로 처벌이 가능하므로 언론이 뉴스 형태로 가짜뉴스를 생산하여 유포하는 경우는 없었다.


대신 한국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가 어마어마하게 유통되었다.(광의)


주요 소셜미디어(네이버밴드, 페이스북, 트위터 등)를 통한 가짜뉴스는 공식적으로 3만 건이 넘을 정도였다.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찌라시 형태로 허위사실을 작성하여 개인 친목 그룹 등에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은 "가짜뉴스"로 칭하여 보도했다. "가짜뉴스 3만 건"으로 검색하면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SNS를 통해 유포된 3만 건의 허위사실을 "가짜뉴스"로 칭하여 보도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언론의 경우 "기사의 형태를 띠지 않고 SNS 형태 또는 게시글 형태를 통해 전파되는 허위사실"까지 가짜뉴스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협의로 "가짜뉴스"를 보았다면 이러한 내용들을 가짜뉴스라 칭하지 않고 허위사실 3만 건으로 보도했을 것이다.


19대 대선 가짜뉴스 벌써 3만건…주요 유통경로는 SNS

19대 대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벌써 3만건이 넘어선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삭제한 사이버 위법게시물은 총 3만1004건으로 집계됐다.
위법게시물의 주요 유통경로는 SNS였다. 과거에는 주로 커뮤니티 사이트 등으로 유통됐지만 19대 대선을 앞두고 SNS로 이동한 셈이다.
사이트별 삭제요청은 네이버 밴드가 8115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페이스북(7361건), 트위터(6842건), 다음 카페(1754건), 카카오스토리(1431건), 네이버 블로그(970건), 디시인사이드(822건), 다음 아고라(781건), 일간베스트(525건), 다음 블로그(502건) 순이었다.   <A신문 기사 발췌>




우리는 실제 현실에서 "가짜뉴스" 용어를 광의로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의 범위에 SNS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해졌다. 특히 가짜뉴스 유통경로의 비중으로 볼 때, 전통적 언론보다는 SNS를 통한 가짜뉴스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다만 처방의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을 것이다. 자율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도록 유도할지(미국식), 적극적으로 정부가 나서 규제할지(독일식)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개인적으로는 전자가 더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규제는 언제든 회피(avoid)와 우회(circumvent)를 통해 또 다른 규제비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소셜미디어 기업 중에 페이스북과 같은 책임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회의적이다.)


전자를 선택한다고 하더라도 남은 문제가 있다. 소셜미디어에 대해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부여할지 여부이다. 몇몇 기업이 가짜뉴스 관리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다보면 비참여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소셜미디어의 언론 역할에 대한 논의로 자연스레 연결될 것이다. 어쩌면 이 논의가 가짜뉴스보다 더 큰 담론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앞에 이렇게 많은 논의가 놓여있건만, 이의 해결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선거가 종료된 후 어느 순간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사라져 버렸다.


문제가 발생하고 대안이 모색되기도 전에 문제의 원인(선거)이 사라져 버렸다(종료). 선거가 끝난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가짜뉴스 문제를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선거 후에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했지만 논의의 장도 행위자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연일 가짜뉴스의 범람을 걱정하던 그 많던 사람들이 일순간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이야기가 지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냄비근성 실화냐'를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가짜뉴스는 이렇게 쉽게 지나쳐버릴 문제가 아니다. 절대 잊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내년 지방선거, 앞으로 5년 후 20대 대선에서는 더 거대한 규모의 가짜뉴스가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는 선형(linear)이 아닌 기하급수적(exponential)으로 늘어난다. 아마도 이번 대선 가짜뉴스 3만 건은 5년 후 100만 건 아니 1000만 건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그때 되어서 왜 선거 후에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냐고 묻는 것은 너무 한심하지 않은가.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문제지는 이미 던져져 있다. 언론과 학계, 정부가 가짜뉴스 해결 대안을 깊이 논의해야 한다. 빅데이터의 파고가 이미 눈앞에 와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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