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연례행사인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이 주말에 있었다. 2013년 결혼 이후 매년 했으니 올해가 11번째 점등식이었다. 코스트코에서 산 1.9미터 트리가 올해로 만 10살이라니 신기하기만 하다. 나이에 비해 튼튼한 모습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침 일찍부터 트리를 펴고 그동안 모아둔 오나먼트 ornament 더미들을 한데 거실로 꺼냈다. 꽤 많은 오나먼트가 모여 있었다. 나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들이었다. 오나먼트 하나하나 스토리가 있는 것들인데, 첫째 준서는 대부분 다 아는 것들이지만 둘째 민서에게는 새로운 것 투성이다.
준서는 이건 어디서 저건 어디서 라고 연신 아는 체를 하지만, 민서는 그저 쪼물딱 거리기만 할 뿐 별 말이 없다. 그러다 자동차에 꽂혔는지, 그것만 연신 주물럭 거린다.
그 자동차 오나먼트는 2020년 추수감사절에 미국 플로리다 데이토나 국제경기장에 갔을 때 산 나스카 모형이다. 당시 그곳에 벼룩시장이 열려있었고 아주 싼 가격에 몇몇 오나먼트를 득템 했었는데 그중 하나였다. 그날 정말 더워서(플로리다는 사시사철 덥다!) 온몸이 땀에 젖은 상태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신구들을 구경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아내가 장신구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말하며, 이건 어디서 샀는데 이건 누구한테 선물 받았는데 하면서 달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직 가격표가 붙어있는 걸 보면서 비싸게 주고 샀구나 이건 정말 싸게 샀네 하는 재미도 있었다.
올랜도 디즈니월드에서 산 겨울왕국 엘사 오나먼트는 30불 가까이 주고 산 거였는데(약 4만 원 정도) 그 당시에는 참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보면 사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게 다 추억이니 말이다.
전구 달고 오나먼트까지 다 달고 나니 시간이 꽤 지나 있었다. 그 순간을 고프로 타임랩스에 담아 유튜브 영상(https://youtu.be/jwNVFj13a9U?si=P3lE9snsmntZhjM5)으로 남겨놓았다.
오후가 지나고 저녁이 되자 밖이 어둑어둑 해졌다. 그리고 트리의 전구가 은은하게 제 색을 내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밤에 드러나는 법이었다. 집에서 하는 불멍이었다.
아내와 아이들과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한참 동안 빛나는 불빛을 감상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이런 시간들이 참 소중한 것 같다. 별 것 아닌 것도 추억으로 만드는 것이 능력이라고 하더라.
오전에 민서가 오나먼트들에 낯설어하는 모습을 보니 올해는 상점을 돌며 새로운 오나먼트를 좀 더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민서에게도 본인이 구입한, 그래서 온전히 본인이 스토리의 주인인 오나먼트가 점차 늘어나게 말이다.
3년 전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 사진도 같이 첨부한다. 2020년 12월과 현재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이 3년 만에 정말 많이 컸다. 딸내미 얼굴 터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