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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Jun 17. 2024

2024 아이언맨 70.3 고성 완주


2021년부터 4년 연속 철인3종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첫 해는 미국 시카고에서, 두 번째 해는 미국 미시간에서, 작년에는 한국 고성에서 완주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한국 고성에서 한 번 더 출전했다.


2023 아이언맨 70.3 고성                            https://brunch.co.kr/@hyunkisong/263
2022 IRONMAN 70.3 Steelhead                    https://brunch.co.kr/@hyunkisong/229
2021 미국 시카고 트라이애슬론                    https://brunch.co.kr/@hyunkisong/194


대회가 가까워 오면 몸관리를 해야 한다. 체중도 조금 줄이고 술이나 탄산, 카페인도 멀리하면서 대회에 적당한 몸을 만든다. 그러다 보면 술 때문이든 음식 때문이든 주위 사람들에게 대회출전을 말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원래는 개인적인 일 주변에 말 안 하는 성격이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매 한 가지다.


“힘들 텐데 그거 왜 하세요?”


도대체 왜 바다수영 1.9km, 자전거 90km, 달리기 21km를 하냐는 거다. 무슨 목적으로 혹은 무슨 이유로?


물론 내 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 몸매랑 체력을 유지하는 게 좋아서요.”


선문답 같지만 진심이다. 그러면 상대방은 더 이해 안 간다는 표정이다. “그건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할 텐데.. 꼭 그렇게까지 극한으로 해야만...” 같은 이야기가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쯤 되면 이미 화제는 다른 곳으로 향한다. 당사자가 자발적으로 고생하겠다는데 뭐 다른 이야기가 필요할까.


사실 지난 4년 동안 체력이 철인3종 도전 전에 비해 월등하게 좋아졌다. 근력은 물론 기본체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점심에 5km/30분 러닝 뛰고 당일 저녁에 2km/50분 수영하는 건 일주일에 몇 번씩 하는 일이고, 주말에는 45km/1시간 40분 자전거 타고 와서 바로 10km/1시간 러닝 뛰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한다.


거기에 몸매도 4년째 거의 그대로다. 원래도 살찐 체형은 아니었지만 철인3종에 도전하고나서 3-4킬로 빠지더니 그대로 쭉 유지되고 있다. 잔근육이 많아져 더 날씬한 체형이 되어 자존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옷을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으니 이걸 포기하고 예전으로 되돌아가기 싫어진다.


이렇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족감이 크다 보니 실제 대회는 약간 보너스처럼 느껴진다. 선두권에 진입해서 입상할 실력도 안되고 그저 참가해서 안전하게 완주하면 된다는 느낌이라 말 그대로 보너스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회를 설렁설렁 대충 하는 것은 아니다. 대회라는 명분이 유지되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이언맨 대회에 이번이 세 번째지만 지난 대회까지 7시간 벽을 깨지 못했다. 재작년 기록이 07:20:16였고, 작년 기록이 07:03:34였다. 올해는 7시간을 깨고 6시간대로 들어가 보자는 생각으로 훈련에 매진하였다. 트랜지션 구역에서 빠르게 전환하는 훈련을 하고 자전거에서 달리기로 전환하는 훈련도 많이 했다. 


작년 대비해서 고작 3분 34초 줄이는 거 뭐 어렵겠어할지 모르지만 땡볕 아래에서 7시간 남짓 도로 위에 있다 보면 몸이 생각을 따라가기 힘든 상황이 된다.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조금 더 빠르게 해 보자는 외침은 그야말로 고요 속에 외침에 그치게 된다. 결국 여러 훈련을 통해 몸이 그 상황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철인3종 준비는 평상시가 중요하다. 늘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고 체중과 체력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일 년을 관리하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완주할 몸이 완성되게 된다. 매년 느끼지만 대회 일주일 전에 샤워 후 맨몸을 보면 철인3종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가 바로 느껴진다. 준비가 전부가 된다.


대회 일주일 전부터는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시간이 매번 힘들게 느껴진다. 매일 같이 하던 러닝과 수영을 쉬는 것이 불편하고 어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동 없이 평소같이 먹으면 막 살이 찔 것 같은 불안감에 마음도 편치 않다. 차라리 운동 빡시게 하고 와인이나 막걸리 먹는 삶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철인3종 경기 준비물


4년째라고는 하나 긴장되기는 처음처럼 매한가지다. 전날에 등록하면서 가슴이 떨려오고 출발선 앞에서 또 심장이 두근두근 댄다. 달리는 내내 죽을 것 같고 피니쉬 라인 통과하면 행복이 찾아온다. 어쩌면 긴장과 행복 그 사이의 오만 감정을 느끼기 위해 매번 대회에 참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대회 전 날,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경남 고성에 도착했다. 토요일 낮시간 대회장인 당항포에는 철인들과 그 가족들로 가득했다. 저마다의 포부를 가진 철인들은 웃기도 하고 긴장하기도 하면서 대회를 즐기는 듯했다. 그 사이 우리 가족도 함께 했다.



대회 등록과 자전거 검차를 마치고 숙소로 들어왔다. 통영바다가 보이는 좋은 숙소였지만 저녁을 먹고 TV를 조금 보다가 이른 잠에 들었다. 내일 새벽 4:30 알람이 울리면 간단히 세수를 하고 닭죽을 먹고 대회장으로 가야만 했다. 내일 아침 바람이 덜 불기를 바라며 잠에 들었다.


알람 전에 잠에서 깼다. 4:09이었다. 세수를 하고 미리 사놓은 닭죽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2분을 돌렸다. 침구류를 정리하고 철인경기복으로 환복 했다. 닭죽을 꺼내 한 그릇 뚝딱 비운 후 이빨을 닦는다. 그 사이 아내와 아이들이 일어났다. 차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한다. 


날은 벌써 밝아서 주변이 환하다. 아이들이 작년보다 좀 더 커서인지 새벽시간에 안 자고 쫑알쫑알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들에 대꾸하면서 가다 보니 벌써 대회장에 다다랐다. 도로는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차들로 북적인다. 나만 내린다. 트렁크에 있는 짐을 가득 맨 채 나는 경기장으로 가고 아이들과 아내는 다시 숙소로 간다.


트랜지션 구역으로 가서 자전거 상태를 확인하고 웻슈트로 환복을 한다. 바람이 잦아들어서 바다는 호수처럼 평온하다. 바다 수영하기 딱 좋은 날씨다. 에너지젤과 이온음료를 섭취한 후 수모와 수경을 손에 쥔 채로 수영대기줄로 향한다. 6:40 드디어 첫 조부터 수영이 출발한다.



핑크 수모를 쓴 나는 맨 마지막 조다. 매번 하는 거지만 바다수영은 들어가기 전이 엄청 떨린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4년 차라고 작년보다 긴장감이 확실히 줄었다. 천천히 입수를 시작하여 한 팔 한 팔 내젓기 시작하면 매일 하던 수영장 수영과 다름없어진다. 역시 꾸준한 훈련이 완벽을 만든다.



50분가량 수영을 마치면 뭍에 발이 닿는다. 담수로 대충 씻어내고 트랜지션 구역으로 향한다. 자전거를 탈 차례다. 천 사백대 가량의 자전거 사이로 달려 들어가 내 자전거를 찾아낸다. 웻슈트를 벗고 양말과 사이클슈즈를 신은 뒤 자전거를 꺼내 트랜지션 구역을 벗어나 달리기 시작한다.



고성의 자전거 코스는 쉽지 않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꾸준히 이어진다. 땡볕과 높은 기온에 연신 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탄다. 이온음료와 물, 에너지젤로 버티면서 꾸준히 자전거를 탄다. 90킬로를 3시간 20분가량 달리고 나면 육지에 발을 대고 자전거에서 내릴 수 있다. 이제 달리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근전환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인지 자전거 후에 달리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물론 아버지, 어머니 포함 가족들이 열심히 응원해 주었기 때문에 더 힘이 났을 것이다. 3바퀴 도는 코스에서 2바퀴 중간에 양쪽 허벅지에 상당히 큰 쥐가 올라왔지만 그냥 무시하고 뛰면서 근육을 달랬다. 원래 철인 러닝은 다 참고 뛰는 거다.



러닝 21킬로를 지나면서 결승선이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레드카펫 옆에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들이 서있었고 나는 포효하면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힘들었던 훈련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과정이 오늘의 내 몸과 체력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격했고 행복했다.



06:28:56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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