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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Aug 16. 2017

후쿠오카를 다녀오다

알고 가면 도움이 되는 10가지



지난 8월 11일부터 15일까지 4박 5일로 후쿠오카와 유후인을 다녀왔다. 덥고 습한 날씨였지만, 가족과 함께여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후쿠오카 여행코스라는 것이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사실 그렇게 큰 도시도 아니고 볼거리가 많은 곳도 아니다. 맛있는 거 먹고 필요한 물건 사고하는 게 전부다.


그래도 혹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공부한 내용과 겪은 일 위주로 간단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지식 공유의 시대, 그러나 동시에 정보 과잉의 시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가지다.




1. 후쿠오카는 규수의 중심지이다.


The photo from world cities summit


규수는 후쿠오카, 사가, 나가사키, 오이타, 구마모토, 미야자키, 가고시마 등 7개의 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핵심은 후쿠오카이다. 규수를 여행하려는 사람들은 비행기든 선박이든 모두 후쿠오카를 거치게 된다. 온천으로 유명한 유후인, 벳푸 등도 물론이다. (유후시, 벳푸시 모두 오이타현에 속해있다.)


따라서 후쿠오카를 중심으로 여행 계획을 짜야한다.




2. 후쿠오카의 원류는 하카타다.


The photo from www.tsunagujapan.com


후쿠오카에 있는 공항의 정식 명칭은 Fukuoka airport, 福岡空港이다. 우리 입에도 후쿠오카라는 단어가 익숙하다. 그런데 지명 중에는 유독 하카타 博多 라는 단어가 눈에 많이 띈다. 왜 그런 것일까?


원래 후쿠오카시는 1889년 후쿠오카와 하카타가 통합하여 만든 도시이다. 원래 메이저 시대 초기만 해도 후쿠오카 지역에는 '상인의 마을' 하카타와 '무사의 마을' 후쿠오카가 각각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1876년 일본의 행정구역 정비로 두 마을이 합쳐져 '후쿠하쿠'라는 새로운 구가 생겼으며, 1878년 '후쿠하쿠' 구가 '후쿠오카'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하카타'라는 지명이 사라져 버렸다. 이후 1889년 후쿠오카 구가 '후쿠오카 시'로 변경되었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889년 당시에도 시의회가 후쿠오카파와 하카타파로 나뉘어 엄청난 격론을 벌였다고 전해지며 당시 표결에서는 동수를 이뤘지만 당시 후쿠오카 출신의 의장이 시의 이름은 '후쿠오카 시'로, 역의 명칭은 '하카타 역'으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지명으로서의 '하카타'는 1972년 하카타 구가 생기면서 부활하게 되었다. (참고문헌 2번에서 인용)


그런데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는 하카타를 이 지역의 원류 源流 로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마산, 진해, 창원이 합쳐져 통합 창원시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마산, 진해 사람들은 창원보다는 자신들의 원래 지역 이름을 선호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주요 지명에는 여전히 하카타를 사용하고 있다.


항구의 정식 명칭은 Port of Hakata, 博多港이고, 중앙역의 정식 명칭도 Hakata station, 博多駅이다. 하카타역 근처에는 호텔, 백화점, 쇼핑몰, 음식점이 밀집해 있고 모든 버스와 지하철이 하카타역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하카타라는 명칭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3. 후쿠오카는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The photo from www.matcha-jp.com


후쿠오카는 걷기가 편한 도시이다. 시내에 산이나 언덕이 거의 없다. 4박 5일 신나게 캐리어를 끌고 다녔지만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물론 더워서 힘들었다) 대중교통도 잘 되어 있다. 버스와 지하철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짜여있어 이동이 매우 편리했다.


평지의 장점은 버스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승차감도 좋고 이용도 편리했다. 그래서 후쿠오카에 있는 동안 버스를 많이 이용했다. 관광객들은 주로 하카타역 - 나카스 - 캐널시티 - 텐진역 범위 안에서 움직이게 되는데 이 노선을 순환하는 버스가 100엔 버스이다. 친절하게도 버스 정면 상단 LED판에 100円이라고 적혀있다. 물론 꼭 100엔 버스를 타지 않더라도 해당 범위에서 움직이는 대부분의 버스 요금은 100엔이다.




4. 버스 타는 방법은 미리 알고 가야 한다.


텐진역에서 캐널시티로 가기 위해 탔던 68번 버스


지하철 타는 방법이야 우리와 같으니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버스 타는 법은 좀 다르다.


한국과 달리 뒷 문으로 승차하고 앞문으로 요금을 내면서 하차한다. 승차할 때는 '정리권 整理卷'이라는 번호가 적힌 작은 종이표를 뽑아야 하고, 내릴 때는 버스 앞쪽의 전광판에서 본인의 정리권에 적힌 번호 아래에 표시되는 금액을 내고 내리면 된다.


운전기사가 잔돈을 거슬러 주지는 않기 때문에 동전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혹시 준비하지 못했다면 운전석 옆 잔돈 교환기에서 1000엔, 2000엔, 5000엔을 넣고 교환할 수 있다.


단, 100엔 버스는 정리권 뽑을 필요 없이 하차 시에 100엔만 내면 된다.


(후쿠오카 버스 타는 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링크 참고)




5. 일본은 신용카드 안 받는 곳이 많다.


The photo from www.arcashflow.com.au


우리나라는 웬만한 구멍가게에서도 카드를 받아준다. 카드를 안 받는 것은 탈세를 하려는 것이라는 인식이 많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카드 사용을 적극 장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 음식점에서도 카드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에서 500원짜리 껌을 사더라도 카드를 내는 우리 시각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선진국이 왜 그래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우리는 그곳에 잠시 머무는 사람이므로 그들의 제도와 문화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실제로 현금만 쓰다가 왔다. 쇼핑 마트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는 카드를 쓰긴 했지만, 음식점과 편의점에서는 모두 현금을 사용했다. 현금 문화라는 것을 알고 가서 그런지 어느 순간 카드 꺼내는 게 어색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동전지갑 꼭 가져가기 바란다, 없다면 다이소에서 100엔짜리 구입도 괜찮다)


후쿠오카 가기 전에 현지화폐인 엔을 좀 넉넉하게 환전해 가자. 혹시 남으면 다음에 또 오면 된다. 일본 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혹시 모른다. 1~2년 후에 올 때는 엔화의 가치가 상승하여 환율이 100엔당 2000원이 되어있을지도. (현재는 100엔당 1000원)




6. 후쿠오카는 음식이 맛있다.


가. 멘타이코 (하카타 명란)


후쿠오카는 지역의 반 이상이 바다에 접해있다. 따라서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하카타 명란은 대표적 명물이다. 명란 요리도 다양하다.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요리 방법도 여러 가지여서 계란말이, 파스타, 빵 등등 다양하다.


내가 맛본 곳은 텐진역 근처 치카에 본점이었다. 멘타이코 음식을 시킨 것은 아니고 음식을 주문하면 명란 튜브를 제공한다. 대형마트에 가면 명란 코너가 따로 있다. 커다란 명란 세 덩이가 보통 300엔 정도로 저렴하다. 맛은 당연히 일품이다.


나. 돈코츠 라멘


일본의 대표적 음식이 라멘이다. 소유(간장) 라멘, 미소(된장) 라멘, 시오(소금) 라멘 등이 있지만, 후쿠오카의 명물은 돼지뼈 국물의 돈코츠 라멘이다.


내가 맛본 곳은 캐널시티에 있는 라멘스타디움에서 였다. 가격은 500~800엔 정도이며 진한 국물이 일품이다. 좀 짜다는 평가도 있으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다.


다. 모츠나베


모츠는 소의 내장이다. 모츠를 넣어 끓인 요리를 모츠나베라고 한다. 한국의 곱창전골을 생각하면 맞다. 일본의 모츠나베의 시초를 한국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후쿠오카 일대 탄광에 끌려간 우리 노동자들이 곱창전골을 해 먹는 것이 일본인들에게 전해져 명물 음식으로 탄생한 것이다. 참으로 슬픈 역사다.


내가 맛본 곳은 텐진역에서 좀 떨어진 야마나카였다. 깨끗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이었다. 된장(미소), 소유(간장)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된장(미소) 베이스라고 한다. 육수는 리필이 가능하다.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리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괜찮았는데 아내는 좀 짜다는 평가였다.


라. 히토쿠치교자 (한입교자)


일본에는 다양한 교자가 있다. 그중 후쿠오카 명물은 한입교자이다.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교자이다. 보통 구워서 군만두 형식으로 먹는다.


라멘 집에서 정식을 시키면 보통 한입교자가 밥과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다. 사이즈가 작은 것 외에 한국 군만두와 큰 차이는 없다. 솔직히 맛에 감동은 없었다.


마. 고보텐 우동


후쿠오카는 일본 우동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일본 내 우동의 종류가 상당히 많지만 후쿠오카에서는 고보텐 우동이 대세이다. 고보텐은 우엉튀김이라는 뜻이다. 고보텐 우동은 면발이 쫄깃한 사누키 우동과 달리 넙적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을 사용한다.


이 역시 메인이 아닌 서브로 맛볼 수 있었다. 우엉튀김이 맛있다.




7. 일본의 편의점은 그 자체로 관광지다.


아마 1993년 무렵으로 기억나는데 동네에 '로손'이라는 가게가 생겼다. 내 인생 첫 편의점이었다. 대전, 그것도 중심지도 아닌 주거지에 외국계 슈퍼마켓이 들어섰다는 것만 해도 신기했는데, 그 가게는 무려 24시간을 내내 쉬지도 않고 운영한다고 했다. 조명도 밝았고 에어컨도 시원하게 나왔다. 거기서 친구와 사 먹은 슬러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암튼 신기했다. 물론 당시에는 일본계 편의점인 줄은 몰랐다.


일본의 편의점 문화는 곧 일본인의 식문화이다. 그만큼 발전되어 있고 이용률도 높다.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나와 아내가 먹어본 것 중 이건 정말 좋다 하는 것만 몇 가지 나열해 보겠다.



가. 모찌롤 & 달걀 샌드위치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모찌롤과 달걀 샌드위치이다. 식사 대용으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둘 다 너무 맛이 있어 편의점에서 팔기에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떠나는 날까지 사 먹었다.


나. 요로호이 과일맥주


산토리에서 만들 알코올 3%의 과일맥주다. 캔도 예쁘고 도수도 낮아 많은 여성들이 찾는다. 부드러운 맛이 좋다. 5일 내내 저녁마다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대형마트에서는 100엔이고, 편의점은 150엔이다.


다. 푸딩


일본은 푸딩도 많이 먹는다. 푸딩 종류가 다양해 선택 장애가 올 수 있지만, 보통 모리나가 푸딩, 푸칭 푸링 등을 많이 먹는 것 같다. 맛은 호불호가 갈리나 개인적으로는 맛있었다.


라. 라면


일단 라면 종류가 많고, 신기한 라면도 많다. 실제로 뜨거운 물 붓고 하라는 대로 해보면 '이런 맛을 컵라면으로 구현하는 게 가능하구나'하는 라면들도 많다. 일본 사람들의 상상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라면 먹으면서 항상 했다.




8. 후쿠오카는 곧 야타이다.


일본의 야타이는 애도 시대 때부터 생겼다고 한다. 야타이는 한국의 포장마차와 같다. 퇴근길 후쿠오카 시민들과 여행자들이 편하게 들러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다. 후쿠오카에만 약 150여 개의 야타이가 성업 중이라 하니 상당히 큰 규모라 할 수 있다. 텐진역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 남쪽에 고루 퍼져있다.


오후 6시부터 밤 1시까지 영업을 하며, 저녁 9시가 피크타임이다. 카드결제가 되지 않으니 현금을 꼭 준비해야 한다. 야타이를 아는 것이 후쿠오카를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야타이는 후쿠오카인들의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9. 자녀가 있는 분들은 다자이후 텐만구에 들르는 것도 괜찮다.



다자이후 시는 후쿠오카에서 전철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도시이다. 다자이후 텐만구는 학문의 신 을 모시는 곳으로, 수험철이 되면 합격을 기원하는 참배자들이 전국에서 몰린다고 한다.


학문의 신 神,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실존인물로 교토에서 태어나 문인 겸 학자로 이름을 떨친 사람인데, 모략에 빠져 다자이후로 쫓겨나게 되었고 매화를 심으며 복귀를 노렸으나 5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그 후 그의 결백이 증명되어 명예 회복이 되었고, 이후 그를 학문의 신 神 으로 추앙하여 그의 묘소에 신전을 건립한 것이 지금의 다자이후 텐만구라 한다.


자녀가 있는 분들은 이곳에서 기도를 올리면 학문의 뜻을 이루고 부와 행운이 따른다 하니 잠깐 들러도 괜찮을 것 같다. 2월 중순부터는 경내에 있는 6000그루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려 장관을 이룬다고 하니 봄에 오시는 분들은 꽃놀이하러 오셔도 좋을 듯하다.




10. 유후인, 벳부 등에서 1박 하면서 온천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료칸 옥상 노천탕에서 바라본 유후산 由布岳


이번 후쿠오카 여행이 총 4박 5일이었기에 일정에 좀 여유가 있어 유후인에 1박 2일 다녀왔다. 기차가 편할 듯해서 예매를 하려고 했더니 최근 홍수로 인해 2번 환승을 해야 된다고 하여 포기하고, 텐진역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다녀왔다.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니 넉넉잡아 서울-대전 정도의 거리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숙소는 료칸으로 정했다. 전반적으로 료칸의 가격은 좀 비쌌다. 하지만 저녁 가이세키와 아침 조식이 포함되어 있고 온천 이용도 가능하기에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또한, 료칸에서의 하룻밤 자체가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유휴인의 아름다운 긴린코 호수




총평 : 역시 좋았다. 2박 후쿠오카 - 1박 유후인 - 1박 후쿠오카의 일정이었고 머물렀던 도시가 그렇게 크지 않아 무리되지 않았다. 일본은 일단 우리와 문화가 많이 비슷하여 생활하기 편하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다. 중국과는 좀 다르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오키나와나 삿포로에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 끝.





# 참고문헌


1. <후쿠오카 여행 가는 길>, 김남규, 연두 m&b

2. <후쿠오카에 반하다>, 우승민, 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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