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서민서패밀리 Oct 10. 2017

괌을 다녀오다

알고 가면 도움이 되는 5가지



지난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5박 7일간 괌 Guam 을 다녀왔다. 추석 연휴에 외국을 나가는 호사를 누리게 된 것은 부모님이 환갑을 맞아 여행을 가셨기 때문이다. (매년 추석 제사상 앞에서 '인천공항 북적'과 같은 TV 뉴스를 보며 마냥 남의 일처럼 느껴졌었는데 이번에는 그 일이 내 일이 되어 있었다) 1주일 전 미리 본가에 가서 제사를 드리고 괌으로 떠날 수 있었다.


괌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아이를 위해서였다. (참고로 나는 휴양 컨셉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솔로 배낭여행의 목적지도 인도, 베트남과 같은 곳이었다) 첫 아이가 무척이나 물을 좋아한다. 심지어는 목욕도 좋아한다. 물을 좋아하는 아이가 깨끗한 바다에서 맘껏 수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어 괌을 선택했다. 모래놀이도 하고 물고기도 보고 수영도 하다 보면 즐거운 추억이 많이 쌓일 것 같았다.


물론 결과적으로도 그랬다. 괌에 체류하는 내내 바다와 수영장을 오가며 물놀이를 즐겼다. 휴양지여서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으나 그냥 가족이 모여 내내 함께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말 그대로 spent time with a family 였다.


괌 여행은 특별히 코스라는 것이 없다. 남부 투어라는 별칭의 코스가 있으나 그저 남부 해안을 돌아보는 것일 뿐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휴양을 위한 조그만 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공부한 내용과 겪은 일 위주로 간단하게 괌에 대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지식 공유의 시대, 그러나 동시에 정보 과잉의 시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가지다.




1. 괌은 미국령이다.


The photo from NBC News


Guam 은 태평양에 있는 미국의 영토이다. 괌이 일본령이었을 때에는 일본어로 오미야섬(大宮島)으로 불렸다고 한다.


괌 지역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21세기로 추정하며 정착해 거주하던 원주민이 바로 차모로인이다. 원주민들은 16세기 초 포르투갈 항해사 마젤란이 이 섬에 도착하기 전까지 외부 문명에 단절된 채 살아갔다고 한다. 17세기부터 스페인의 식민지배가 시작되었고, 이곳은 멕시코와 필리핀을 오가는 스페인 무역로의 중요한 휴게소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1898년 미국이 스페인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괌의 통치권을 빼았았고, 이후 괌은 미국에서 필리핀으로 오고 가는 배들의 정거장 구실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중 괌이 일본 군대에 잠시 침략된 적이 있다. 다이큐토 大宮島 라고 불리며 30개월 넘게 지속된 식민 지배에서 괌의 원주민들은 강제노동과 감금, 매춘 등에 동원되었다고 한다. 미국은 1944년 7월 괌 전투를 벌여 일본군을 몰아내었고 이후 괌은 미국의 영토가 되었고 주민들은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1999년에 수도의 이름을 스페인어인 아가냐 Agaña 에서 차모로어인 하갓냐 Hagåtña 로 개명하였다.


미국의 영토이므로 모든 사회 시스템은 미국과 동일하다. 달러 화폐를 사용하며 차량은 우측으로 통행한다. 영어가 공용어이며 마일, 파운드 등 도량형도 미국과 같다. 전압은 110V이며 돼지코 모양도 미국과 같아 멀티 어댑터가 필요하다.




2. 미국 영토이기는 하지만 전자여행허가 ESTA 가 필수는 아니다.


The photo from LatinoUSA.org


미국 여행하면 생각나는 것이 비자 VISA 이다. 한국은 Visa Waiver Program에 가입되어 있어 비자 없이 미국을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여행 전에 여행에 대한 승인은 받아야 한다. 이러한 여행 승인을 전자여행허가제 (ESTA : 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 라고 한다.


따라서 미국 본토에 여행 가는 사람들은 반드시 여행 전에 ESTA를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괌과 하와이, 사이판 등 섬에 갈 때에는 ESTA 없이도 입국이 가능하다. 물론 ESTA 신청을 해도 된다.


ESTA를 신청했을 때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i. 입국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ESTA 신청 시에는 세관신고서 가족당 1장만 작성하면 된다.)


ii. 입국 신고 시 ESTA 줄과 일반 줄이 따로 되어 있으며, ESTA 줄이 항시 짧다. (일반 줄은 운이 없을 경우 1~2시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운 좋으면 거의 차이가 없을 때도 있다고 한다. 물론 복불복이다.)   


괌 도착 비행기가 새벽인 경우 일반적으로 ESTA 를 많이 신청한다. 새벽에 장시간 기다리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ESTA 신청을 고민하는 걸까. 그것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1인당 14불이다) 1회 신청 시 유효기간이 2년이므로 추후에 괌에 다시 가거나 미국 본토에 갈 예정이 있는 분들은 신청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나 역시 그러한 이유로 신청했고 덕분에 빠르게 입국할 수 있었다.


ESTA 신청 안 하고도 금방 입국심사 통과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3. 렌터카 대여는 필수는 아니지만 여행의 질을 높여준다.


렌트카가 있었기에 리티디안 해변을 2번이나 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괌 여행객들이 숙소를 정하는 곳은 투몬 비치 인근이다. 쇼핑몰, 식당 등이 모여 있으며 대부분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따라서 리조트에서 수영하고 투몬 비치에서 스노클링하고 근처에서 식사하거나 쇼핑할 사람들은 렌트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차량 렌트 없이 여행을 하고 있으며, GPO나 K마트 등에 갈 때에는 셔틀이나 택시를 이용한다.


우리 가족의 경우 차량 렌트를 한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는 숙소인 힐튼 괌 리조트가 투몬 비치에서 좀 떨어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선호하여 선택했지만 렌터카 없이는 무척 불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차량 렌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힐튼 숙박객들 중에도 렌터카 없이 셔틀 혹은 택시로 다니는 것을 보았고 크게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둘째는 25개월 된 아이를 좀 더 편안하게 데리고 다니기 위해서이다. 한낮에는 30도를 육박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아이를 유모차 태워서 짐 들고 다닐 용기가 솔직히 없었다.


셋째는 여행의 범위를 넓히고 싶어서다. 힐튼 리조트 바로 앞바다에도 물고기들이 많이 나오지만 다른 해변도 가보고 싶었고 남부 투어도 해보고 싶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큰 이유일 지도 모르겠다.


이번 괌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개인적으로는 리티디안 해변이었다. 북부 괌 공군기지 옆에 있는 보존지구에 있는 해변으로 너무나 깨끗한 바다였다. 모래는 부드러웠으며 바닷속은 물고기로 가득했다. 사람들도 많지 않아 조용하게 해수욕과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음에도 사람들이 적은 이유는 차가 있어야 그곳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차를 몰고 무척 험한 길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투어도 없고 택시도 리티디안에는 가지 않는다. 렌터카를 대여한다면 SUV가 운행에 좀 더 유리할 것이다)


실제로 도착해서 물에 발을 담가보고 스노클링 해보면 여기가 진정한 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래 동영상은 아내가 스노클링 하면서 촬영한 장면이다.


물고기 가득찬 수족관에서 스노클링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남부 투어였다. 우리 부부의 과거 신혼여행지인 하와이를 예로 든다면,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곳인 오아후 섬이 투몬비치라면 진짜 하와이 느낌이 나는 마우이 섬은 괌 남부지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개발이 많이 진행된 북서부(투몬 비치 주변)와 달리 남부는 개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아래는 대표적인 스팟들이다.


이나라한 Inarajan  자연풀장
메리조 부두 Merizo  Pier
솔레다드 요새에서 바라본 태평양


렌터카를 대여하지 않는 이유는 면허가 없거나 해외에서의 운전에 대해 두려움이 있거나 비용이 부담되어서 일 것이다. 앞에 두 개는 불가항력적일 수 있으므로 패스하고 마지막 이유에 대해서는 나의 대여정보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는 괌니산렌트카에서 차량을 대여했다. (광고 목적이 아니라 내 스스로 기억하기 위해서이다)


큐브를 5일간 빌렸는데 1일 60달러(완전면책 보험 포함)로 총 300달러 지불하였다. 이벤트로 와이파이 에그를 빌려주었고 기름은 full로 채워져 있었으며 아기 카시트 1개도 빌려주었다. 덕분에 데이터 로밍 없이도 와이파이 실컷 사용할 수 있었고 추가 기름 구입 없이 리티디안 2번, 남부 투어 1번을 다녀올 수 있었다.


물론 이 비용을 아끼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매일 저녁마다 GPO, 마이크로네시아몰, K마트를 돌아다닐 수 있고 낮에는 리티디안 해변과 남부 이나라한 자연풀장에도 갈 수 있으며 맛있는 집을 언제나 갈 수 있는 혜택을 생각한다면 그리 큰 비용은 아닌 것 같다.




4. 쇼핑 천국은 하와이지, 괌은 아니다.


괌에는 쇼핑할 곳이 많지 않다. 백화점으로는 DFS 갤러리아와 Macy's가 있으며 아웃렛으로는 괌 프리미엄 아웃렛(GPO)과 마이크로네시아몰이 있다. 대형마트는 K마트 정도이다.


의류나 가방, 신발 등은 미국 본토 기준으로 보았을 때 물건이 많지 않았으며 가격도 저렴하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는 못하였다. (물론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박싱데이에는 저렴하겠지만 그것은 본토도 마찬가지이니 이는 논외로 한다) 주요 브랜드의 가격은 물론 한국보다는 저렴하다. 한국은 수입물품이지만 괌은 그래도 국산품이기 때문이다. Gucci, Tommy Hilfiger, Nine West 등이 주요 쇼핑품목에 들어가는 것 같다.


음식이나 일반 물건의 물가 역시 미국 본토보다는 (개인적으로는) 조금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괌에서 자체 생산하는 물건이 거의 없고 본토로부터 물자를 운송해서 팔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이 주로 K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따라서 쇼핑을 위해서 괌을 간다는 생각보다는 휴양을 위해 갔다가 부수적으로 쇼핑을 한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5. 반드시 가봐야 하는 맛집은 없다.


in 에그앤띵즈 Egg'n things


괌 관련 카페나 블로그를 검색해보면 여러 맛집들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맛있었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며 심지어 맛없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왜 그럴까?


개인적으로 이는 서양식과 한식의 극복할 수 없는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양식과 한식은 태생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한식이 간장과 마늘, 고춧가루 등으로 맛을 낸다면, 서양식은 올리브와 토마토, 치즈 등으로 맛을 낸다. 따라서 한국인이 서양식을 먹고 맛있다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저러한 맛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와 함께 그 음식 자체가 맛있기도 하여야 한다. 그 결과 괌 맛집들에 대한 호불호는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스테이크 맛집, 브런치 맛집, 햄버거 맛집, 피자 맛집, Fisherman's co-op 등을 검색해서 가보았다. 물론 어느정도 맛은 있었지만 반드시 강추!!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히려 길거리 지나다 우연히 들어간 중식당과 베트남 쌀국수집이 훨씬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인의 어쩔 수 없는 맛 평가이다)


스노클링과 수영 후에는 역시 따끈한 국물이 들어가줘야 좋다


맛집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본인이 먹고 싶을 때 그 음식을 찾아가 먹다 보면 그 집이 맛집이 된다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정말 배고플 때 먹은 따끈한 K마트 피자는 정말 꿀맛이었고 지금도 그 맛이 잊히지 않는다. 근데 누군가는 정말 맛없었다고 하더라. (인생은 다 그런 거지)




총평 : 좋았다. 괌에 있는 내내 아무 생각 없이 수영하고 놀고먹고 했다. 휴양지로서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아 고맙다. 둘째 아이가 생기고 25개월 정도 되면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때도 이번처럼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누가 그러더라. 날씨 안 좋은 날의 리티디안 해변은 우리나라 동해와 다를 바 없다고. 끝.


추가 : 우리가 있는 동안 괌에서 큰 사건이 있었다. 자녀들을 차에 두고 쇼핑을 다녀온 사이 경찰이 출동해 부모가 재판에 넘겨진 사례이다. 변호사 남편과 판사 부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현장을 보지는 못했지만 (법조인 여부를 떠나) 여행하기 전 해당 국가의 법과 제도에 대한 사전 학습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당연시되는 매너는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한국인들이 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후쿠오카를 다녀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