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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Jan 26. 2018

인류는 행복해졌는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읽고


위대한 역사가 랑케 Ranke 는 역사에 대해 "단지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 했다. 역사를 바라볼 때 자신을 소거하고 편견이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사실 fact 만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관은 후대 많은 역사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랜 시간 이러한 사실주의 역사관은 지속되었다. 그러다 또 다른 "역사적인" 역사가 한 명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E. H. 카 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E. H. 카는 역사는 역사가들이 '선택한 사실' 임을 강조한다.


역사 history 가 과거에 일어난 사실 그 자체이든, 역사가가 선택한 사실이든 오늘날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우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원리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역사만큼 정확한 교과서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현재까지 살아오는 동안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워왔을 것이다. 인류의 목표가 생존과 번영이라면 인류는 역사를 배움으로써 더 나은 생존과 번영을 향해 나아갔을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채집 생활하던 인류보다 농업생활을 하던 인류가 더 번영(행복)했고, 농업생활을 하던 인류보다 산업화 사회에 사는 현재의 인류가 더 번영(행복)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인류는 역사를 통해 결과적으로 점점 더 행복해졌을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다.


역사의 역학은 인간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문화가 반드시 호모 사피엔스에게 가장 좋은 문화라는 생각은 근거가 없다. 진화와 마찬가지로 역사는 개별 유기체의 행복에 무관심하다. 그리고 개별 인간은 너무나 무지하고 약해서 대개는 역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유발 하라리는 책에서 수렵 사회에서 농경사회로 가면서 인류는 불행해졌다고 말한다. 농부는 평균적으로 수렵인보다 더 많이 일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열악한 식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체 인구수는 폭증하고 곡물 생산량 역시 크게 증가했지만 예상치 못한 가뭄에 굶어 죽었고 곡식 위주의 단순한 식단으로 인해 질병에도 취약해졌다고 한다. 그가 농업혁명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사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인류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노동하게 되었으며 월급은 고스란히 먹고사는데 들어가게 되었다. 야생에서 몇 시간 사냥하고 풍족하게 지내던 수렵생활에 비하면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모두 인류를 불행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미래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 singularity 에 도달한다면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종말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인간이 멸종하는 것은 아니고 생체이식 등으로 인해 사이보그 등 새로운 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인공지능 AI 의 위험성에 대해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Elon Musk 가 "AI는 인류에게 근본적인 위협이다"라고 하자, 페이스북 설립자인 마크 주커버그 Mark Zuckerberg 는 "AI가 우리 삶을 더 좋게 만들 것이다"라고 반박하는 등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기사 참고> 


유발 하라리가 생각하는 사피엔스의 미래는 무척이나 비관적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역사는 교차로에서 교차로로, 뭔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처음에는 이 경로를 택했다가 다음에는 저 경로로 진입했다가 하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인간 행복에 대한 부정적 미래도 긍정적 미래도 모두 가능하다고 본다. 여러 갈래의 길이 여러 교차로를 만나 변해가기 때문이다.


근대 이전 사람들은 미래가 현재보다 나을 것이라 믿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시대보다 과거가 더 좋았으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 나쁘거나 기껏해야 지금과 같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다르다. 미래가 현재보다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근대 이전 세계지도는 무언가로(대개 미지의 대륙들) 꽉 들어차 있다(왼쪽의 세계지도). 하지만 현대로 갈수록 세계지도의 빈 곳이 많아지는 것(오른쪽의 세계지도)은 그러한 연유에서 이다. 현대인은 언제나 부족을 인지하며 채울 곳이 있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갖는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 도움이 되는 사피엔스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래서 사피엔스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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