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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대리 Jun 27. 2021

오롯이 '나'

-20대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두 번째 편지

선택은 늘 어려워
되감기 할 수 없는 인생이니까


 "글쎄, 그건 이제 김주임이 선택할 문제겠지?"


 인사이동 시즌을 앞두고 걸려온 팀장님의 전화. 불확실하지만 고대했던 제안을 제시하시는 팀장님께 나는 선배의 생각으로는 어떤 길이 더 나을지 물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나의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선택은 오롯이 나의 마음에게 달려있다는 것. 수화기 넘어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한대 맞은 듯 멍해지면서 부끄러움에  얼굴이 벌개지고 말았다. 서른이 된 나는 여전히 타인이 내 길을 정해주고 그저 열심히 따라가는 것에 익숙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선택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두려워졌다. 사회에 내 자신을 내던져보니 인생은 1회차이며, 되감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 여실히 와닿았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가 선택을 하면 필연적으로 그에 대한 결과를 맞이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은 항상 불안함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사실 처음부터 겁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의 나는 퍽 용감했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새로운 길로 찾아가 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실패하거나 다른 골목에 접어들면 다시 돌아나오면 되고, 언제든지 나는 의지할 부모님이 있었다. 늘 잠재의식 속에 내가 가진 에어백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기에 가끔 질주와 탈선을 즐겼다. 


 그러나 이제 그 에어백들이 영원할 수 없고, 내 스스로 자신의 에어백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부터 나는 질주를 멈췄다. 안정적인 경로에 나를 맞추고,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위험이 수반되는 것들은 제거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눈 앞에 마주한 선택지들은 한없이 지루했지만 동시에 평온했다. 이런 일상에 젖어들면서 나는 나만의 선호를 잃어갔다. 타인이 추천해주는 것을 최선이라 여기며 나의 목소리를 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커리어를 꾸려가는 과정에서 내 목소리를 드러내야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을 분류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드러내야하는 기회를 잡지 않으면 커리어를 맘처럼 꾸려가기 어려웠다. 그저 존재만으로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처럼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 눈에 띄길 바랐는데, 그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야하는 세공사가 되어야했다.  


 내가 가진 것들은 남들과 같을 수 없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그 보석에는 오롯이 '나'의 가치가 드러나야한다. 그리고 이렇게 오롯한 나를 만드는 것은 내가 한 수많은 선택지들의 결과였다. 물론 인간에게 주어진 인생이 N회차라면 끝없는 되감기로 똑같은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선택을 반복해야한다. 타인들이 너에게 최선의 선택이라며 내미는 선택지가 아닌 순수하게 나의 치열한 고민이 반영된 선택을 해야 나만의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오롯이 ''를 들여다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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