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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매미 Apr 05. 2022

교장선생님, 연가를 승인해 주십시오!

[읽어 주세요] '충북교육신문고' 올린 글입니다. [     ] 안은 저의 개인 SNS에만 공개하는 내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중학교 국어 교사 박현경입니다. 전공은 국어이지만 미술에도 열정을 갖고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22년 4월 8일(금)~10일(일)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Carrousel du Louvre)에서 개최되는 아트살롱 행사에 참여해 달라는, 파리 소재 갤러리(Galerie Beauté Du Matin Calme)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놓칠 수 없는 일생일대의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기에 저는 그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물론 교원의 공무외 국외여행은 본인 및 친인척의 경조사 및 본인의 시급한 질병치료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휴업일에 실시함이 원칙이라는 규정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작품을 파리의 국제적 미술 전람회에 전시하기 위해 파리에 다녀오는 것은 학교장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만한 특별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갤러리 관장님께서는 제 이름이 들어간 행사 포스터와 초청장도 보내 주셨습니다.

2월 24일에 교감 선생님께 이 일로 연가를 내게 되었다는 것을 구체적 날짜를 밝혀 말씀드렸을 때 교감선생님의 반응은, 국제적인 활동을 하게 된 것에 대한 축하였습니다.

이후 저와 교장선생님이 차례로 코로나19 감염으로 자가격리 되는 등의 사정으로 교장선생님께 이 연가 사항을 바로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다가, 3월 14일 월요일, 저의 이름이 명시된 행사 포스터와 초청장을 갖고 교장실에 가서 교장선생님께 보여 드리고 제가 이 아트살롱 행사에서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음을 설명하면서 출입국 기간을 포함하여 4월 6~8일(수~금), 4월 11~12일(월~화), 5일간 연가를 내게 됨을 말씀드렸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3월 15일 화요일 오후에 교장선생님께서 부르셔서 교장실에 갔을 때 교장선생님은 국외여행은 휴업일에만 실시할 수 있기에 연가를 허가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역시 초청장과 행사 포스터를 다시 보여 드리고 이 일이 저에게 얼마나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기회인지를 말씀드리면서 이렇게 제 작품을 전시하러 가는 것은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고 하자, 교장선생님께서는 이건 특별한 사유가 아니다, 이걸 특별한 사유라고 하는 것은 선생님(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학교 교육과정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대체강사를 구하기 위해 노력 중임을 말씀드렸음에도 교장선생님은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저에게 이 일은 선생님(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학교를 비우는 것이니 강사비를 선생님(저)의 개인 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연가건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교장선생님은 제가 며칠 전 결재 올린 ‘사제동행 인문학 탐구 활동 운영 계획’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셨고, 저는 운영상 문제없는 사항임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교장선생님께서 다시 문제점을 이야기하시고, 이런 식으로 긴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이 면담 동안 저는 그간 제가 행운부장으로서 여러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해 온 방향성 자체가 부정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날 면담은 총 57분 정도 진행됐는데 면담이 끝날 무렵 저는 완전히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교장실 문을 나서면서부터 호흡 곤란, 어지러움, 구토증을 포함한 심한 공황발작이 터졌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하며 조퇴를 하고 집에 와서도 몇 시간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진정제를 먹어도 증상이 가라앉지 못해 고생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작년 2학기 때부터 교장선생님과 몇 차례 의견 대립(예: 단협 이행 문제, 학생 평가 운영 시 도교육청 지침 범위 내에서 교사의 자율성 인정 문제 등에 대한 의견 대립)을 거치면서 불안, 공황장애, 우울증이 급격히 악화되었던 차였고, 2021년 9월 이후로 복용해야 하는 약물 양도 자꾸만 늘어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평소 제가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 원장님께서는 저의 증세 심화를 이유로 휴직을 권고하신 바 있으나, 저는 행운부장으로서 저의 역할을 끝까지 잘해내고 싶다는 책임감에 계속해서 근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지난 학기 때부터 점점 누적된, 주로 교장선생님과의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 공황 증상 악화가 3월 15일 화요일 오후의 면담을 계기로 완전히 터져 버린 것입니다.

저는 병가를 내고 다음날(3월 16일) 아침 급히 병원 진료를 받았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인해 부정기간 적극적 치료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았습니다. 학교에 가거나 교장선생님을 다시 만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불가능하게 느껴질 정도로 큰 부담이었기 때문에 남편이 대신 가서 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적어도 이번 학년도 내에는 학교에 복귀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저의 상태는 악화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3월 16일~4월 4일까지 병가를 내고, 파리 전시회를 위한 입국일, 출국일을 포함하여 4월 5일~4월 12일까지 연가를 올렸으며, 4월 13일부터 6월 10일까지 순차적으로 병가와 연가를 올렸습니다. 병가 기간 동안 해외에 다녀오는 것은 징계 사유가 되기도 하고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정정당당하게 연가 승인을 받아 다녀오고 싶었고, 그럴 만한 사유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4월 5일~4월 12일까지는 연가를 올린 것입니다.

그런데 교감선생님을 통해 4월 5일~12일까지 6일간의 연가가 반려되었고 이에 따라 그 이후의 복무도 모두 결재 보류 중이므로, 4월 5일~12일까지 연가가 아닌 다른 복무, 즉 병가를 올리라는 내용을 문자와 카톡, 그리고 남편과 교감선생님의 통화를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제가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이어서 도저히 교감선생님과 직접 통화를 할 수 없었고 연락이 온 것만 봐도 오랫동안 안정이 되지 않아 부득이 남편이 교감선생님과 소통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교감선생님은 교무부장선생님과 함께 출장을 내고 저희 아파트에 사전 약속 없이 찾아오시기도 했는데, 이 일로 저는 한쪽 팔이 한 시간 이상 동안 제어할 수 없이 심하게 후들후들 떨리는 등 강한 압박감과 신체화 증상을 겪었습니다.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전교조 교권상담 담당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고 교권상담 담당 선생님께서는 교육청과 소통을 시도하셨습니다. 제가 전해들은 바로는, 이미 학교 측에서 교육청 측에 저의 사례에 대해 자문을 구한 상태인데, 교육청 측에서는 제가 전시회를 하기 위해 출국을 하기 원한다는 것도, 저의 공황장애나 병가 사실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셨으며, 제가 초청장이나 포스터를 교장선생님께 제시하였다는 것 역시 알지 못하고 계셨고, 단순히 제가 학기 중 국외여행을 하려고 하는 것만 알고 계셨다고 합니다. 저는 저의 본의와 진심, 절실함이 완전히 왜곡된 채로 교육청에 전달된 것 같아 속상하고 억울했습니다.

저의 사유는 진정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요? 제가 알기로 충북에서 교사이자 화가로 활동하시면서 학기 중 연가를 쓰시고 해외 아트페어에 다녀오신 사례가 있는데, 그렇다면 그분은 ‘특별한 사유’로 인정을 받으신 것입니다.

저의 미술 창작은 단순히 개인적인 활동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국어과이지만 그동안 제가 직접 창작한 미술 작품들을 수업 및 각종 교육 활동에 적극 활용해 왔으며, 그 효과성을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확인받아 왔습니다. 무엇보다도 미술 창작 활동은 제가 교사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파리에서의 전시회도 단순히 저의 개인적인 일인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교사로서 제가 더욱 전문성 있고 풍성하게 교육 활동을 펼치는 데 크나큰 밑거름이 될 소중한 기회이기에 교장선생님께서도 이에 공감해 주시고 연가를 승인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저는 병가를 내고 해외를 다녀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파리 전시회 참여를 ‘특별한 사유’로 인정받아, 저의 권리인 연가를 쓰고 정정당당하게 다녀오고 싶습니다.


* 아래 링크는 행사 주최측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저의 소개입니다.

 https://www.artshopping-expo.com/info_artiste/13263/park.html


* 저의 이름이 명시된 행사 포스터와 초청장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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