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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매미 Apr 17. 2022

[민원알림]귀하께서 신청하신 민원에 대한 답변이 등록되

[민원알림]귀하께서 신청하신 민원에 대한 답변이 등록되었습니다. 발신인:국민신문고. 민원제목: 교장선생님, 연가를 승인해 주십시오. 처리기관: OOOO교육청 OO교육지원청 OO과


이 메일을 열어 보려는데 너무 긴장이 돼서 메일이 온 지 수일이 지난 오늘 아침에야 용기 내어 열어 보았다.

답변은 짧고도 명료하게 (나도 이미 잘 알고 있는) 규정 몇 조항을 읊고 있을 뿐 나의 사유가 규정에서 말하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안 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성의도 없고 영혼도 없는 신문고 답변이었다.

이 답변을 읽기 위해 나는 그토록 마음의 준비를 하고 떨리는 가슴을 애써 가라앉혔던가.


비겁한 세상이다.

그래도 부디 나는 비겁하지 않은 사람으로, 혹은, 조금이라도 덜 비겁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

정당하게 연가를 승인받기 위해, 프랑스 떠나기 전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 봤다는 데서 그나마 자괴감은 덜었다. 바로 그 점에서 스스로 안도와 위로를 얻는다.

그럴  있도록 발벗고 나서 실질적으로 도와 주신  분이 계시다.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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