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새벽의 ‘닿고 싶다는 말’을 읽고
잘 지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는 차마 대답할 수 없는 날들을 살았다. 나의 오랜 동반자인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단단히 도진 것이었다. 길고 깊은 강을 건너 간신히 이제는 잘 지낼 수 있을 것도 같다는 희망 비슷한 것이 움틀 즈음, 이 책을 만났다.
작가 역시 우울증에 공황장애를 앓았고 그 경험이 이 책에 녹아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나를 끌어당겼으나 한편으론 나를 두렵게 했다. 그 두려움의 이유는 내 어두운 심연을 이 책에서 또다시 마주하게 될까 봐서였다.
그런데 첫부분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그 두려움은 깨끗이 사라졌다. 프롤로그와 첫 꼭지에서부터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맑은 톤 때문이었다. 작가의 목소리는 전혀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담담하고 명랑하고 경쾌하다. 그 맑은 톤이 내 마음까지 밝혀 준 것이다.
즉, 이 책은 불안과 우울에 잠겨 허우적대는 이의 무른 목소리가 아니라, 불안과 우울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와 그 소용돌이를 거리를 두고서 바라볼 수 있게 된 이의 단단한 목소리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부제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그중에서도 특히 ‘관찰보고서’라는 표현은 몹시도 적확하다.
이 관찰보고서에는 미움받을까 두려워하고 끊임없이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여리고 예민한 마음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작가의 생활밀착형 에피소드들을 킥킥대며 읽으면서 나는, 그간 스스로 인정하기 싫어 뭉개고 덮어 두었던 나의 마음, 나의 경험들을 직시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 역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쪽으로 마음의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함으로써 비로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도 가능하더라는 관찰 역시 생생히 들려준다. 또한 그 받아들임과 사랑이 이 사회 속 힘이 필요한 존재들에게로 향해 더 폭넓고 단단하게 몸을 이룬 ‘연대’의 힘까지도 독자는 이 관찰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도, 이 사회 속 힘이 필요한 존재들과 연대하는 것도 모두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니다. 그 일들에서 자꾸만 미끄러지고 실패할지라도, 불안과 외로움이 나를 숙주로 삼을지라도, ‘가만히 있지 말고 타인을 향해 손을 뻗’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관찰보고서를 찬찬히 읽노라면 바로 그 용기가 싹튼다. 삶을 사랑하겠다는, 행복해지겠다는, 오늘 마주치는 이들과 진심을 나누겠다는, 기분 좋은 용기가 파릇파릇 싹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책을 ‘아름다운 관찰보고서’라 부른다. 그리고 이 글을 ‘아름다운 관찰보고서에 관한 신기한 체험보고서’라 칭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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