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빛을 찾아서> 전시작 시리즈
박영규‧박현경 2인전 <숨은 빛을 찾아서> (청주문화관, 2018. 10. 18.~2018. 10. 24.)에 전시된 박현경의 글과 그림을 연재합니다.
봉봉이는 몸집이 조그마했고 꼬리지느러미를 펼치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봉봉이는 베타 물고기였다. 베타 물고기는 자기 영역에 다른 베타가 있으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운다. 그래서 혼자서만 살 수 있다. 화가 날 때마다 온몸의 지느러미를 활짝 펼치는데, 혼자 사느라 화낼 일이 너무 없으면 지느러미가 몽당빗자루처럼 쪼그라들고 만다. 그런 일을 예방하려고 우린 날마다 봉봉이에게 거울을 보여 줬다. 봉봉이는 거울에 비친 제 자신을 향해 사납게 화를 내며 화려한 꼬리를 쫙쫙 펼치곤 했다.
혼자서밖에는 살 수가 없고, 퇴화하지 않기 위해 화를 내야만 했던 봉봉이. 지쳐서 세상을 떠난 봉봉이를 우린 포근한 흙 속에 묻어 줬다. 하늘나라에서는 봉봉이가 가족들, 친구들이랑 오순도순 편안히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슬픔>, 26x37.5cm, 종이에 혼합 재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