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기억

끝의 시작

by 해밀

엄마가 호스피스에 입원한 날, 담당의사는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빨리 죽고 싶다는 말을매일같이 하던 엄마에게 나는 그 말을 그대로 전했다. 어떤 반응을 기대했다기보다, 엄마도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나의 고지식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크지 않았지만 동물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산모가 출산의 고통 속에서 내지르는 소리처럼, 너무나 날것의 소리여서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4~6주라는 시간은 엄마에게 영원한 고통을 선고받은 것처럼 느껴졌을까?


너무 놀란 나는 망작 시트콤에도 쓰지 않을 법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엄마, 의사들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잖아. 엄마 지금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더 빨리 죽을 것 같아.“


그러자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눈을 감았고, 잠든 듯 조용해졌다. 누가 들으면 감히 자식이 할 말이냐고할, 이 배은망덕한 말이, 그 순간만큼은 엄마에게 위로가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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