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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앤 Mar 23. 2022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길 언제나 바라고 있다

박치에서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다


세상에서 정말 좋아하는 문장을 하나 말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현재로선 이 문장을 말할 것이다. "내 인생은 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길 언제나 바라고 있다" 나의 노래를 사람들 앞에서 부르거나 보여주는 일이 왠지 머쓱하고 자신감이 없던 시절 이 문장을 만나고 나는 크게 달라졌다. 왠지 쭈뼛거리고 있을 무수히 많은 나 같은 사람을 향한 주문으로 얼마나 멋진 말인가. 두고두고 기회 될 때마다 나는 이 문장을 자주 쓰곤 한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내 인생이 바로 내 인생이 나에게 바라는 일이라니. 그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던 것이다.


나는 평생 여행하면서 글 쓰고 사진 찍고, 그런 삶을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일이란 참으로 알 수 없고, 사람일도 참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곤 한다. 내가 사는 이 지구에서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때문에 전대미문의 팬데믹 세상을 살아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어디 상상이나 해본 적 있었겠는가 말이다. 나는 언젠가 나의 여행 프로그램 만들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면서 재밌게 살아가는 꿈을 꾸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여행이라는 것은  2019년 여름을 지나며 거기에서 멈췄다. 오늘이 2022년 3월이니 거의 만 3년이 다 되어 간다.


한동안은 그림으로라도 여행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서 그간 다녀왔던 여행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에세이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다녀왔던 여행을 다시 복기하듯 꺼내 드는 일이 생각보다 재밌지가 않았다. 노안 온 눈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도 고되고 힘에 벅차 일찌감치 그만뒀다.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가였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세상이더라도 정말 여행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여행이라는 것을 계속 이어서 했을 것이다. 캠핑 여행으로 전환해서 차박을 하던지 국내 여행을 다니던지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여행에 대해 시큰둥이 었고 그럴만한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그냥 안 했다. 여행을 안 해도 다른 재미난 것들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밖으로만 나돌던 에너지들이 안으로 향하며 나를 더 깊이 마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알게 모르게 많이 누수되던 에너지들을 막고 그것을 오로지 나에게 충실히 채우는데 쓰게 되었다는 점이 코로나 시대의 개인적 큰 사건이다. 그런 시간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나는 더 단단해졌고 비로소 고독할 줄 아는 강한 사람이 되어갔다. 다른 곳이 아닌 나를 향한 여행의 길이 크게 열렸다는 점,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이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성공한 삶이라 느끼곤 한다.


우연히 하와이 음악을 만나게 되면서 우쿨렐레를 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버스킹 아닌 버스킹으로 얻은 2달러가 여행가에서 뮤지션으로의 삶으로를 꿈꾸게 했다. 그저 좋아서 노래 부르고 아름다워서 좋아하던 우쿨렐레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고 음원을 내기 위해 준비하는 뮤지션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일, 내가 쓴 가사에 음을 붙여 곡을 만들어 내는 일들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와는 전혀 상과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참여자가 아닌 수동적으로 바라보거나 듣는 자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가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 부르는,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이 되어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삶이 꼭 꿈만 같을 때가 있다. 박치 아닌가로 무수한 좌절을 겪어 내야만 했던 내가 이제는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이 삶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느낄 때, 나는 아직도 꿈꾸는 것 같다.


여행가로 살 때 일상을 여행처럼 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음악을 물처럼 공기처럼 음악을 일기처럼 이라고 말하며 살고 있다. 나는 더 많이 노래하고 더 많이 고민하며 내 노래를 만들 것이다. 내 삶의 주인 공은 나니까 앞으로도 주인공답게 잘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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