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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앤 Mar 23. 2022

공황장애도 치료해낸 나의 첫 악기, 우쿨렐레

우쿨렐레는 나의 강력한 힐링 도구다


지난날을 돌이켜 볼 때 가장 쓴웃음이 나는 것 중 하나는 규칙적인 것, 안정적인 것, 정해진 룰 등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과 반항이 내 삶 전반에 흐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싫었던 걸까. 늘 모험을 꿈꾸고, 평범함보다는 일탈을 원하는 나의 삶이 나를 늘 새로운 세상으로 모험과 도전을 떠나게 만들었고 그것은 물론 생동감 있게 흥미진진하게 살아가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어지간히도 나를 힘들게도 하고 내 몸을 망가뜨리게 하는 주범이기도 했다.


몸이 많이 망가져 지옥의 문턱까지 다녀온 뒤 나는 몸을 새로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삶의 규칙성과 루틴, 안정성과 탄탄함, 편안함, 등을 배우게 되었다. 몸도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살아가는 일이 왕왕 있다 보면 늘 긴장하고 살아야 될 신세를 면치 못해 결국은 지치고 말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나는 어쩌면 그동안 나를 무던히도 혹사시키며 살았던 것 같다. 늘 낯선 곳을 찾아 헤매기 좋아하고 늘 새로운 것들이나 신기한 것들에 환호하고, 무작정 도전하고 신나해 하는 삶이라니! 마음이야 어떤지 몰라도 몸은 하여간 어지간히 고생을 좀 했지 않았을까 싶다.


몸마저도 그리 타고났다면 분명 모태 여행자라 이름 붙여도 당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늘 내가 모태 여행자 다며 여행을 얼마나 좋아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나의 삶을 사람들에게 자랑처럼 보여주고 살았지만 몸은 늘 힘든 상황들을 무던히도 견뎌내고 참아주고 있다는 것을 눈감은 채 모른척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버거워졌다.


50살 즈음 갱년기 시즌을 맞이하면서, 특히 나를 낯선 땅의 최고봉인 어학연수로 1년 간 떠나보내면서 결국 나는 폭탄을 맞듯 여기저기에서 터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 아니 기분이 아니라 실제 그러한 사람으로, 어떤 날은 내가 꼭 블랙홀을 향해서 치닫는 경주마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마구 날뛰다 결국 블랙홀로 빠져 버리고야 마는 야생마의 신세처럼 그렇게 힘겨운 나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자연의학으로 대학원 공부를 했다 부끄러워 말하지도 못할 정도로 내 몸은 피폐해질 즈음 나는 본격적으로 내 몸상태를 주변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 공황장애에 까지 이르러 불면증에 우울증 증상까지 나타나는 날이 많아지고 그저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하기도 했다.


어느 날 고층아파트의 창가에 서서 여기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나 자신에 너무 놀라 울었던 적도 있다. 이거 정말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몸을 새로이 만드는 일에 돌입했다. 그 전의 살아오던 삶에 일단 멈춤으로 모든 것을 정지를 시키고 오전에 수영을 다니고 오후엔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고 건강한 식사를 준비해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심히 걸었다. 정말 이때 노래를 많이 불렀다. 매일매일을 틈만 나면 우쿨렐레 들고 신나게 노래하는 삶이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첫 악기였던 이 우쿨렐레는 나의 인생 악기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싶을 만큼 나에겐 세상의 어떤 명약보다도 보약보다도 가장 강력했던 치유제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 장난감 같은 허접한 우쿨렐레가 아닌 좋은 우쿨렐레의 아름다운 소리는 심장의 파동과 아주 잘 어우러진다. 아무런 부담이 없고 심장을 흥분시키거나 다치게 하지도 않는다. 사람을 사르르 녹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어 나는 늘 아픈 사람들이라면 특히 더 이 악기를 권하고 싶다. 내가 그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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