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삶
건강한 사람이 무엇이든 일도 잘하고 표정도 밝다. 그래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뭐든 더 잘할 수 있는 좋은 환경과 탄탄한 토대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음악도 그림도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건강해야만이 오래 할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고 끝까지 할 수 있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노래를 부르면서 목과 몸 상태에 신경이 더 많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당연하다.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목이 좋지 않으면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소리가 잘 나지 않거나 갈라지거나 삑사리가 나거나,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면 상상만으로도 괴롭다. 그러면 그 노래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목에 염증이 없어야 하고 그러려면 늘 습하지 않고 뽀송뽀송 좋은 상태여야 한다. 적당한 수분 유지, 염도의 적당한 농도, 균형, 호르몬의 조화 등등 몸을 이루는 많은 것들이 최적의 상태로 되어야만 몸이 건강체로 되어가는데 이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저 일시적으로 양호하게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쉬이 넘어갈 일도 아니다. 그건 생명력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 금세 바닥나버리지 않고 오래 잘 가려면 가장 집중해서 공략해야 할 부분이 건강한 몸과 마음이다.
내가 살면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기가 막히고 거대한 좌절감에 몸부림치게 만들었던 말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 태몽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첫째 아이를 낳을 즈음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어머니께 내 태몽은 무엇이냐 여쭈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정말 어안이 벙벙하고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만큼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왔다. 머리맡에 약단지를 두고 있더라는 것. 그래서 내가 평생 허약한 몸으로 골골 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건강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실천하고 많은 시행착오와 도전 끝에 지금처럼 건강한 몸으로 바꾸어 지기 전까지 평생을 건강 염려증 환자로 살았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은 내 몸의 이상한 반응을 하나라도 만나게 되면 곧장 발현되어 불안 사이렌을 울리게 된다. 남들이 볼 때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고 사소한 병증에도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가 떠오르면서 불안감이 슬금슬금 기어 나온다.
그러면 곧바로 그동안 신나서 잘 달려오던 모든 일들의 의욕이 한순간 꺾인다. '내가 이런 몸으로 뭘 하겠다고. 그러다 몸 다 망가지면 그게 무슨 필요라고. 그래, 건강이나 챙기면서 조용히 살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를 제 자리에 주저앉히곤 했다. 살면서 나의 이런 건강 불안증과 공포는 무수히 많은 기회와 선택들을 포기하게 하고 날려버리게 했다.
실제로 오랫동안 나의 몸은 바위처럼 탄탄한 사람들 축에 끼지 못하고 그저 유리 같은 연약한 상태로 살아왔다. 늘 조심히 다루어야만 하는 예민한 상태로 살아왔으니 한평생 약단지를 끼고 살 진 않았지만 어쩌면 몸이 아닌 마음의 약단지를 끼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아픈 몸으로 살지 않기 위해 무수히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이렇게 애써 살아온 몸이 갱년기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는 어떠했을까? 건강체라면 쉬이도 통과해버렸을 그 터널도 나는 길고도 답답한 몇 년의 세월로 허덕이며 톡톡히 제 값을 치르고 넘어와야 했다.
그렇지만 타고난 생명의 의지,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자 하는 강렬한 생명 의지는 그 누구보다 강했다. 악조건인 만큼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끊임없이 몸과 마음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였고 급기야 나이 오십이 훌쩍 넘으면서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달력을 손에 쥔 듯 동년배의 사람들보다 더 건강을 자랑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실상 이런 말도 하루가 다르게 급변할 조건을 갖춘, 우리와 같은 나이 듦의 세대들에는 쉬이 장담하여 말하기도 어렵다. 호시탐탐 나빠지려는 계기만 잡으면 언제 어디서든 금세 삐뚤어지기 십상인, 늙음으로 가는 길목이라 내일도 어찌 될지 모르는 인생 아닌가.
그러나 뭐 어떠겠는가. 그러든지 말든지 현재 건강 상태 양호하고 그간의 숙원사업과도 같았던 많은 나쁘고 누추하고 비루하던 증상들을 혁명과도 같이 바꿔낸 몸이니 자신 만만으로 충만해도 괜찮다 여기며 산다.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씩씩하게 일어서니 모든 것이 더 잘되어 나갔다. 하나 둘 좋은 일들이 내 곁으로 모여드는 건 단지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군더더기 없이 맑고 깨끗하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평화 그 자체다. 마음이 소요 상태일 때는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 마음이 괴로운데 무슨 악기를 들고 노래할 마음이 난단 말인가. 그러니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야 마음껏 노래를 부르며 살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