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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번여사 Mar 22. 2022

보컬 트레이닝의 위대함

발성과 호흡 연습은 가장 효과적인 복부지방 제거법


선천적으로 위와 장이 약하게 태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식습관이나 생활 습관도 좋지 않은 삶을 오랫동안 살았다. 온갖 첨가물의 인스턴트식품이나 과자를 좋아하고 틈만 나면 외식하고 매일 밤 파티하듯 놀고먹는 삶을 상당히 오랫동안 살았다. 당연히 몸은 견디다 폭발하였을 것이고 나는 그것을 결혼 후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톡톡히 제값을 치렀다.


그 뒤 커다란 자각과 깨달음으로 십여 년이 넘도록 수많은 공부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언제부턴가는 혹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순 아니냐? 는 질문을 받을 만큼 제법 건강한 사람으로 씩씩하게 살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독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넉넉한 복부지방 일명 "똥배"다.  


나의 가장 취약지구인 복부를 강하게 단련하고 아주 푸짐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 복부지방을 빼기 위해 그간의 노력들을 되돌아볼라치면 참으로 눈물겹다. 춤으로는 라인 댄스에서 살사, 훌라 그리고 발레에 이르기까지 도전해보았고, 그래도 꿈쩍 달싹도 안했다. 또 코어 운동이 좋다 하여 스쿼드를 하루에 300개씩 도전하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무릎이 아파오며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고 역시 별다른 변화도 없었다.


요 근래는 북한산 아랫동네로 이사 와서 산을 열심히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다. 그래도 밥맛만 더 좋아지고 살이 빠지기는커녕 식사량만 점점 늘기 일쑤였다. 어느 날 걷기로 뱃살을 많이 뺀 남편의 모습을 보고 등산을 그만두고 당장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하루 만보는 그냥 평범한 정도고 이만보에서 어떤 날은 삼만보가 넘게도 걸어봤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걷건만 석 달이 지나도 아주 미흡한 변화만 있을 뿐 이 또한 지독하게 밥맛만 더 좋아졌다. 그래도 걷기만이 살 길이라며 거의 일 년간을 열심히 걸었다. 그러나 그 해에도 몸은 탄탄해지고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으나 이게 무슨 일인지 살은 빠지지 않고 심지어 나의 복부지방은 여전히 건재했다.


이렇게 뭘 해도 잘 안 빠지던, 아니 꼼짝 달싹도 안 하던 나의 뱃살이 얼마 전부터 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점점 빠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그렇게 바윗덩어리처럼 꼼짝도 안 하던 것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나는 정답을 뒤돌아 유추해 볼 필요도 없이 그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것은 새로 시작된 보컬 선생님으로부터 받고 있는 발성과 호흡 트레이닝 때문이라는 것을.


올해 들어오면서 새로운 보컬 선생님을 만났다. 그 선생님으로부터 아주 좋은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데 노래는 역시 몸 사용의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를 잘하려면 온 몸 구석구석을 다 잘 써야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특별히 호흡과 발성 연습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로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발성과 호흡 연습이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 해봤을 지경이다. 배에 힘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지 몇 분 하고 나면 머리가 핑그르르 돌며 어지럽고 허기가 진다.


좋은 소리가 나오기 위한 각고의 훈련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이 트레이닝을 제대로 매일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나의 지나간 세월 동안 동고동락했던, 세상 꼴 보기 싫었던 나의 복부지방과 드디어 헤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요즘은 너무 즐겁다.


그동안 시도하고 해왔던 모든 춤이나 운동들이 좋지 않아서 내가 효과를 못 본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그것이 지속 가능하리만치 나에게 재미가 없었을 뿐이고 다른 곳들에 무리가 가서 계속 진행할 수 없었을 뿐이다. 역시 무엇이 되었든 간절하게 하고 싶은 게 있어서 절실히 하는 것과 재밌게 하는 것만이 항상 큰 차이가 가져오는 듯하다.


내가 노래를 정말 잘 부르고 싶다는 이 마음과 열정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좋다 하는 호흡법이며 발성연습을 그리 의욕적으로 할 수 있을까?  여기서도 역시, 어디에서나 정답으로 나오는 "좋아서 해야 재밌게 할 수 있고, 재밌어야 오래 할 수 있고, 오래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또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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