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그리고 성장의 시간들
나이 오십이 되던 해, 그러니까 무시무시한 갱년기의 터널에 진입하기 시작하던 그때에 만났던 우쿨렐레와 하와이 음악은 지금 내 인생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나와 분리해서는 조금도 생각할 수 없는, 그만큼 나와 내 인생과 너무나 가깝고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것은 어쩌면 갱년기가 가져다준 내 인생 최고의 선물 아닌가 싶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 힘든 갱년기가 또 이렇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 주기도 하고 말이다. 갱년기의 시절이 없었다면 내가 과연 저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했을까? 그 전의 나를 생각해 보면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고 답할 것이다.
나는 홍길동의 여자 버전 아닌가! 할 만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온갖 아름다운 것을 탐하고 사랑하며 사진을 찍고 여행기를 쓰는 여행가로 제법 오래 살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성정으로 여행작가 과정을 공부한 뒤 몇 년간 자그만치 수십여 개국도 넘게 세계의 많은 도시들을 누비며 돌아다녔다. 그러던 내가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무수히 많은 시간을 내놓으라 요구하고 주문하는 악기 연습과 보컬 트레이닝을 했을까?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하와이 음악을 하고 있는 나의 지금은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증상들과 노화현상을 실감케 만들어 주었던 갱년기와 살아생전 처음 겪은 전대미문의 코로나 시기가 합작해서 만들어 낸 작품이다. 갱년기 증상들로 몸이 힘들어지면서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시작했던 악기와 노래가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세상에 살게 되면서 집에 감금 아닌 감금생활처럼 되어 버린 상황에 처해지면서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로 다가왔던 것이다.
밖으로만 나돌기 좋아하던 내가 일부러 사람을 만나는 일도 없고 그저 연습하고 또 연습만 하면서 지내는 날들이 한 달 두 달, 심지어 몇 년으로 이어지다 보니 실력이 안 늘래야 안 늘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어쩌면 하늘이 주신 기회였다 싶다. 아마도 코로나 시절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내가 하와이 음악에 빠져 몰입했다 하여도 이렇게 주야장천 많은 시간을 연습에만 전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는 갱년기의 터널을 지나며 그리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내며 전 세계를 여행하던 여행가에서 하와이 음악을 노래하는 뮤지션이 되었다. 요즘의 나는 새로운 꿈을 매일 꾼다. 그간 내가 경험했던 무수히 많은 것들과 이 하와이 음악의 세계를 접목시켜보고 싶다는 꿈을 꾸는 중이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이 세상에 자신의 인생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서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는 소망. 그 꿈을 이제는 나의 날개를 펴고 세상 속에서 펼쳐내고 싶다는 꿈. 그 꿈을 구체화시켜보려고 오늘도 나는 쉬이 잠들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