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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앤 Mar 21. 2022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슬럼프에서 빠져나오게 한 그 한 마디


2주 만에 집에 온 남편 앞에서 악기를 들고 근래에 배운 최신곡을 가벼운 마음으로 불렀다. 그랬더니 그 노래를 들은 남편의 반응이 놀랍다. 노래가 아주 좋다고, 정말 듣기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 목소리로 부른 이 노래가 다른 누가 부른 버전보다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법이란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다. 언제나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었기에 내 노래가 무척 아름답고 좋다는 그 한마디가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기분도 좋고 왠지 힘이 나는 듯도 하고, 왠지 나에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듬뿍 선물해 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간 쳐져 있던 나에게 그 한 마디가 그렇게 필요했던 것일까?


그동안 좀처럼 흥도 나질 않고 슬럼프인듯한 몇 주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저녁, 남편에게 이러쿵저러쿵 그간의 있었던 일이며 나의 심경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언제나처럼 맞장구를 쳐 주기도 하고 늘 공감을 잘해주는 남편 덕분이었을까 그러고 나니 좀 후련하고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실컷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그동안 쌓였던 나의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나의 상황이 지금 어떠한지가 선명하고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그저 공연 무대에 올라가야 한다는 당면 과제 때문에 연습을 죽기 살기로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절실한 마음의 나날들이었는지 모른다. 그때는 어떻게 해서라도 실력을 향상해야 한다는 명확한 목표와 오로지 무대에서 잘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그야말로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달려왔던 것 같다. 물론 그 모든 행위들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기 때문에 신나게 달려왔던 것도 같다.


그러함들이 쌓이고 쌓여 그동안 감사하게도 개인적으로나 팀 차원으로나 많은 발전과 성장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턴가는 슬슬 그 크고 묵직하던 긴장감들과 목표를 향한 확고한 의지보다는 어쩌면 조금은 나태해진 건 아닌가 싶을 만큼 느슨한 내가 언제부턴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실력도 어느 정도 향상이 되면서부터는 정체모를 자신감이 연습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아직까지 어떠한 공연도 잡혀 있는 일정이 없다. 연습도 웬만큼 해서는 실력이 거기서 거기, 고만고만한 듯하고 이제는 웬만큼 연습해도 눈에 띄는 변화도 잘 없고 공연 같은 다급한 목표도 없으니 실상 그렇게 김이 푹푹 빠져갔던 것 같다. 좀처럼 추진력이 발동되지 않으니 가슴은 답답하고 별다른 재미가 없어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이야기들을 남편과 허심탄회하게 하다 보니, 나의 상태가 그렇게 걱정할 일보다는 일반적으로 다들 겪고 지나갈 수도 있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향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기분도 들고 허리가 펴지며 가슴이 활짝 열어졌다. 이럴 땐 나를 잘 알아주고 속 깊은 이야기까지 모두 들어주는 좋은 친구가 이렇게 옆에 있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맙고 늘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의 노래 진짜 좋다! 이 한 마디. 이 한 마디가 다시 악기를 들고 연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고, 다시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게 했다. 이 상태라면 노래를 다시 재밌게 부를 수 있을 것도 같다. 이제는 그럴 때가 된 듯하다. 그래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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