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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번여사 Mar 11. 2022

무대 맛?

무대에 서다 보니 자꾸 서고 싶어 진다.


팀이 만들어지며 본격적으로 공연 준비를 해서 오른 첫 무대는 굳이 되돌려서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만큼 아쉬움이 남는 무대였다. 제법 자신 만만하고 별다른 긴장감도 없었던 나였는데 웬걸, 무대에서 공연을 할 때의 마음가짐은 기본이고 그 와 별개로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져야만 한다는 것을 실감했던 첫 무대.


그 첫 무대의 기억은 왠지 부끄러운 치부를 들켜버린 것도 같고 또 갖고 있는 힘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뒤돌아 선 것 같은 아쉬움도 남은 무대였다. 팀과 나의 실력이 이 정도 구나를 아프지만 직시하게 되었고 내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팀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적나라게 뚜껑을 열어서 들여다본 계기가 되었다. 그러니 공연을 했다는 뿌듯함보다는 오히려 왠지 의기소침해져 버린 기분이 들었다. 꼴랑 두 곡 부르고 내려왔는데도 이렇게 난감한 기분이 들다니.


경험이 없어서 공연 무대의 모든 것이 다 생소했다. 그러다 보니 체크를 했다고 한 것이 완벽하게 되지 못했는지 여기저기서 자잘한 문제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나는 실상 그러한 기술적인 문제들보다는 보컬의 노래 수준에서 더 크게 체감이 되며 만족스럽지가 못했다. 그나마 여러 명이 함께 하는 무대이고 또 훌라 댄서들이 함께 하는 무대였기 때문에 비록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그 열렬한 환호 뒤에서도 미흡한 실력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그러나 이렇게 게운치 못한 첫 무대의 현실은 나의 다음 무대를 위한 좋은 동기부여와 커다란 각성이 되어주었다. 부족한 점들을 보안하고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더욱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한 것이 이때부터다. 그냥 신나서 가볍게 할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내가 서는 무대는 모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구나를 배우게 되었다. 그렇게 이어지는 무대들은 계속해서 다음 무대를 위한 과제들을 던져 주었고 그러면 나는 또 최선을 다해 좀 더 나은 공연을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십여 년간 열심히 하던 모든 SNS 활동을 중단한 때도 저 때이다. 그리고 연습에만 매진을 했다. 오로지 노래 연습과 음악 수업 외에는 사람들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부러 약속을 만들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좀 더 나은 공연 무대를 위해 우쿨렐레와 하와이 음악에만 몰입해서 살았다. 그렇게 몇 년간을 보낸 뒤 이젠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러도 나 자신이 그다지 부끄럽지는 않겠다는 마음이 들 때쯤 유튜브를 개설을 하고 다시 SNS 활동을 시작했다.


이렇게 크고 작은 무대에 조금씩 서기 시작하고 그렇게 몇 해가 이어지면서 나는 많이 성장하고 변했다. 이제는 한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의 수도 많아졌다. 신도림역에서 버스킹을 할 때는 한번 공연에 8곡씩을 하루에 두 번 공연하기도 했다. 한 무대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의 수가 제법 많아진 것이다. 또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도, 많은 곡을 부르는 일도 이제는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신나고 즐겁다.


막상 무대에서 노래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큰 즐거움을 누린다. 그중 의상을 준비하는 일이 제일 설레고 신나는 일 중 하나다. 이번엔 어떤 콘셉트로 옷을 입을까, 보통이라면 쉬이 입을 수 없는 옷들을 무대 위라면 과감히 입을 수 있는 즐거움을 기꺼이 즐긴다. 이번엔 어떤 레이(하와이 꽃 목걸이)를 걸고 영상을 찍어볼까, 무슨 귀걸이를 걸고 어떤 신발을 신고 무대에 오를까... 공연을 위해서 이렇게 준비하는 모든 일들이 재밌다.


이런 지점까지 오다 보니 공연 준비를 위해 힘든 과정들을 마주치더라도 자연스럽게 극복이 된다. 그저 자꾸만 더 무대에 서고 싶어 진다. 이것이 바로 무대의 맛을 알아가는 과정 아닐까? 그 무대에서 더 잘하고 싶어 온갖 핑계를 대며 나태하고 느슨해져 가려는 나를 오늘도 분연히 일으켜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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