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번여사 Mar 18. 2022

슬럼프일까?

멈춰 서다


그저 눈만 뜨면 악기를 들고 연습을 하던 내가 언제부턴가 슬슬 악기보다는 넷플릭스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틈만 나면 어떻게 해서든지 발성 연습하고 노래 부르기를 그렇게나 좋아하던 내가 언젠부턴가 노래 대신 넷플릭스의 영화를 보고 있다. 노래보다는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하다 보니 도통 악기도 노래도 진도가 나가질 않고 정체되어 있다. 한 달이 넘고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도 노래 영상을 찍어서 업로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몇 년간 미친 듯이 몰입해서 질주하고 달려오던 내가 요즘 왜 이러는지 꼭 다른 사람 같다. 올해 들어오면서 특히나 더 큰 다짐과 목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시작해 놓고선 그때의 힘찬 도전과 다짐들이 무색할 만큼 요즘의 나는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탄 듯, 세월아 네월아하면서 미적지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리모컨을 잡으려던 손을 멈추고 컴퓨터를 켰다. 지친 건가? 열정이 식은 건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올해는 하반기의 한 건의 공연 일정 이외에는 아직 아무런 공연 계획이 없다 보니 확실히 느슨하고 김이 빠진 것도 같다. 더군다나 함께 합주하는 팀의 분위기도 방학 같은 분위기다 보니 꽤 흥이 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전에 비해 어느 정도는 실력 향상도 있었고 노래도 부를 수 있는 양이 많아지다 보니 새 곡을 갈구하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오던 그날들처럼 전혀 몰두해지질 않는다.


간혹 초심을 잃지 않고!라는 말들을 여기저기서 많이 듣는데, 어떻게 해야 초심을 잃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하다. 한편으론 꼴랑 이 정도 실력 가지고도 이런 느슨함을 부리다니 나의 오만과 자만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출발한 것일까? 어디까지 따라다닐 것인가? 그렇게 행복하고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좋아 죽던 노래 부르기가 왜 요즘 시큰둥 모드인지, 최선을 다해서 불러지지 않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묘하다.


사람이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 문안에 있으면 나가고 싶고 문밖에 있으면 또 들어오고 싶은 게 인지상정. 그게 사람 아닌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으려니 하면서 애써 극복한다며 억지로 악기를 들거나 노래를 하려고 시도하지는 않는다.


그냥 손만 안 놓으면 되겠지. 그저 가끔씩이라도 흥얼거리면 되겠지 하고 세상 편안 마음으로 뒹굴거리며 지내는데 이러다 이런 생활이 길어져 버릴까 살짝 긴장도 된다. 그래서 보려던 넷플릭스를 끄고 이렇게 자아 성찰하는 의미에서 글을 쓴다. 그동안 수고했다, 참으로 열심히 잘 달려왔다. 나는 나에게 칭찬하고 싶다. 그래, 눈 질끈 감고 지금의 좀 모자라던, 게으르던, 빈둥빈둥 나태하던 일단 시간을 좀 주자. 기다려 주자. 그동안 정말 열심히 잘 달려온 걸 내가 가장 잘 아니까.


어느 날 어떤 일로 내가 다시 혼연히 일어서며 또 미친 듯이 노래하며 달리게 될지 나는 나를 믿고 그냥 기다리기로 한다.


  

작가의 이전글 작곡에 도전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