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다

이걸 첫 공연이라 해야 될까? 첫 공연의 추억

by 멜레하니



내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할까 하고 생각해보니 2017년, 내 나이 오십 살 때의 밴쿠버에서 우연히 벌어졌던, 버스킹 아닌 버스킹의 그 거리 무대 말고 2019년 세부가 떠올랐다. 그때는 오로지 나 혼자 홀가분하게 떠났던 한 달간의 어학연수였다. 누구의 아내나 누구의 엄마로서가 아닌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모든 시간을 나만을 위해서 쓸 수 있는 귀한 시간이 었기 때문에 특별히 나에게는 의미가 큰 시간이었다.


그때도 역시 나와 함께 떠났던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것은 당연히 우쿨렐레다. 공부하고 짬짬이 남는 시간들을 언제나 나와 함께 해준 아주 고맙고 사랑스러운 친구, 이 우쿨렐레 덕분에 나는 늘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끔씩 내 방을 청소하러 오는 분들과 마주칠 때마다 내 우쿨렐레는 늘 화제였고 모두들 소리를 들어보기를 원했다. 그럴 때마다 아낌없이 나의 우쿨렐레를 보여주며 소리를 들려줬다. 한결같이 소리가 참 좋다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면 난 또 마치 잘 난 자식 자랑이라도 한 것처럼 뿌듯하면서 기분이 좋곤 했다.


간혹 수업이 비거나 수업이 다 끝난 뒤에는 정원이나 벤치에 앉아서 연주하며 노래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들 중에서 특히 차나와 몬토가 관심을 가지며 좋아했다. 특히 차나는 수업시간에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어제 퇴근할 때 벤치에서 노래하는 너를 봤어. 소리가 너무 좋더라. 우리들 앞에서도 한번 불러주면 좋겠어"


차나의 진심 어린 칭찬과 관심에 그만 기분이 좋아져 "Of course! Why not. I can!"이라고 까불면서 말을 하고 말았다. 그날 수업이 끝날 때 차나는 "내일 꼭 우리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거지? 잊지 마"라고 다시 확인까지 하는 바람에 나는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거지?' 하며 현실 인식이 확실히 되는 동시에 슬슬 긴장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지? 한국 노래를 부르자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것 같고 그렇다고 팝송을 불러야 하나? 하와이 노래를 불러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때 당시는 노래를 할 줄 아는 것도 많지 않았고 노래 실력도 지금보다는 장대하게 미흡했기 때문에 당연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공연이라고 할 수도 없을 듯한 아주 작은 교실에서의 작은 무대였다. 노래도 한 곡뿐인 단출한 무대. 그러나 이것이 나에겐 첫 공연이라고 생각했던 건 어디에서건 잘 떨지 않는 내가 제법 긴장하고 떨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같은 반 학생들 네다섯 명 정도와 거기에 선생님 한 명뿐인 작은 교실, 그런 무대였지만 그 들 앞에서 우쿨렐레를 치면서 악보 없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나에겐 대단하고 생소한 경험이었다.


그러니 첫 경험이고 첫 무대였던 셈이다. 그간 기껏 불러봤자 가족들 앞이나 또는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두 마리 앞에서 뿐이었으니 아무리 몇 명 되지 않는 작은 교실에서였다고 해도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 한 곡을 나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큰 일이었고 정말로 큰 무대였던 셈이다.


아무래도 좀 떨려서, 너무나 아름답고 그 당시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던 노래 즉 내가 하고 싶은, 에필리 마이 같은 곡보다는 가장 단순하고 가장 쉬운 코드들의 노래, 그러니까 이를테면 나에게 좀 만만한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마도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와 어떤 다른 노래를 반반씩 두 곡 부른 것 같은데 한 곡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 촬영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차나는 나를 찍어서 자신의 SNS에 올려놓았다. "자신에게 늘 영감을 주고 참으로 아름다운 여인이다"라는 멘트와 함께.


이렇게 가족으로부터 시작해서 하나둘씩 사람들 앞에서 부르기 시작하던 것이 본격적으로 무대라는 곳에 서게 된 것은 2019년 연말 한국 하와이 문화협회 주관의 알로하 투게더 라는 큰 행사에서였다. 불과 몇 달 전 공연팀으로 만들어진 사람들과 함께 선 무대였다. 거기에서 본격적으로 하와이 음악을 두 곡 불렀다.


미숙한 점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드디어 내 악기에 픽업을 장착하고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 은근히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이제 첫 삽을 떴으니 차근차근 잘 쌓아나가 보자라는 각오를 하게도 만들었다. 그 뒤 나는 많은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지금도 여전히 무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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