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선택하라면?
얼마 전 본 일본 드라마에서 나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줬다. 드라마에는 40대 중반쯤 일까 후반쯤일까,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가 나온다. 그녀는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남은 생동안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 가를 생각해본다. 그리고는 그것을 하기 위해 탐정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주부에게 자신이 원하는 걸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은 한 남자를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 한 남자를 열렬히 사랑했으나 미래에 대한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헤어져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그 남자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와 헤어진 뒤 경제적인 여유 즉 돈을 잘 버는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했고 현재 아주 좋은 집에서 우아하게 첼로를 연주하며 살고 있는 고상한 사모님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녀는 늘 무언가 비어 있는 듯하다고 느끼며 살았다고 했다. 무얼 해도 그다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고 그저 껍데기처럼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녀의 주변에 있는 그들의 요구에 적당히 맞추고 부응하는 삶이 왠지 공허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니 남은 생은 그 누구의 기대와 요구에도 부응하는 바 없이 자신만을 위하고 본인이 진정 원하는 모습으로 자유롭게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어진 것이다.
그녀의 옛 남자 친구였던 그 남자는 지금도 자본주의 현실에서 돈을 잘 벌지 못하는 루저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늘 말도 안 되는 듯한 상상이나 공상으로 주변 사람들이 그의 말에 콧방귀나 뀌게 하는 일들, 당연히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부유한 삶과는 한참 멀어져 있었고 더군다나 그의 삶은 잘 풀리지 않아 단칸방에서 누추하게 혼자 살아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남자를 그녀는 다시 만난다. 그리고는 그와의 여전한 대화에서 옛날이나 하나도 변하지 않고 지금도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얼마만일까 처음으로 크게 환하게 웃는다. 그녀는 결국 이혼을 한다. 그리고 이 남자와 다시 사는 것으로 이 드라마는 끝이 난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여운이 남았다. 저 상황에 내가 처했다면 나는 죽기 전까지 무엇을 하고 싶어 질까 생각해봤다. 그러자 하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노래하는 사람으로 무대에서 노래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놀랍지도 않다. 지금 현재 다른 그 무엇도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노래하는 것에 비해 아무것도 힘이 없다는 것을 내가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그저 노래하는 것 말고는 이 세상 어떤 재미가 나에게 있단 말인가. 정말 노래하다 죽는다면 내 생에 가장 큰 행복으로 살다 죽을 것 같았다.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내내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노래하는 것을 이렇게 좋아하는데 나는 그 이전, 오십여 년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살았단 말인가! 이런 생각. 결국 이 길을 찾기 위해 그렇게 힘들게 돌아 돌아 찾아온 것인가 싶을 만큼 나는 노래하는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그러니 더더욱 남은 나의 생은 열심히 신나게 노래하리라 다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평생을 노래하고 싶어 목말라했던 삶이다. 노래가 하고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고 매 순간순간 흥얼거리는 인생이었는데 도대체 어찌 이리 긴 세월을 돌아 돌아 이제야 나는 노래를 하게 되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오십이 넘어 그것도 한참이나 넘어 이제라도 노래하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현재 나의 삶은 노래할 수 있어 정말 성공한 인생이다. 나는 지금 이렇게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56세! 세상에나 오십 대도 이제는 반을 넘었다. 이렇게 늦은 나이지만, 머리 하얘지고 온 몸은 삐걱거리기 시작해진 나이지만, 이런 나이에 이 무슨 일인가 싶지만 나의 늦깎이 뮤지션으로서의 성장과 발전해 가는 모습은 나름 흥미진진하다. 매일매일이 뮤지컬이고 영화 속 장면들이다.
어느 날부턴가 모든 힘 다 빼고 그냥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뮤지션으로서 성장해가는 나의 모습, 나의 삶을 생생하게 써보는 것, 이거 해보고 싶어졌다. 이것은 정말 애써 힘을 내고 있는 나에게도 제법 커다란 셀프 격려가 될 것이고 또 나의 좌충우돌 뮤지션 도전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거나 또는 갱년기의 암울한 터널 속에서 헤매고 있거나 또는 앞으로 갱년기를 맞이할 처지에 있거나 하여튼 이 세상 그 누군가들에게는 위로와 용기와 응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