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파산’ 감상기를 겸해
노후파산이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심각한 저출산국가로 지속적으로 생산인구가 줄고 있다. 그에 반해 평균수명은 계속 늘어 80세를 넘어섰다. 가까운 일본은 대표적인 고령화 사회로 곧 다가올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여준다. 일본 국영방송 NHK는 지난 2014년 9월, ‘노후파산’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다큐멘터리 ‘노인들이 표류하는 사회’를 방영했다. 노후파산은 말 그대로 노년기에 파산을 맞은 이들을 통칭해 사회문제로 다룬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노인의 빈곤이 사회전반에 퍼져있고, 성실히 일해 온 평범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일본은 우리에 비해 상황이 좋은 편이라고 입을 모은다. 빈곤노인비율이 OECD(경제협력기구) 평균의 네 배에 이르는 우리는 노인지옥이 될지도 모른다며 두려움에 떠는 것이다.
노후파산의 배경
지난달 한국에서 출간된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은 노인빈곤 문제에 직격탄을 날린 책이다. 역자는 번역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키보드에서 손을 내려놓아야 했다며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컸다고 고백한다. 책에서 제작팀은 노후파산의 배경을 거의 20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세대 당 수입 감소 현상을 꼽았다. 일하는 세대의 수입이 계속 줄어들고, 고령자의 1인당 연금 수입도 꾸준히 감소하는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독신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홀로 사는 고령자가 600만 명에 근접했다. 홀로 사는 고령자의 연간 연금 수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생활보호 수준인 1,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고령자가 약 절반, 거의 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류노인과 폭주노인
일본에서 빈곤층에 놓인 노인을 일컬어 ‘하류(下流)노인’이라 한다. 이들 중 일부는 하루 식비를 5,000원으로 살면서 연금을 받기 전 며칠은 그나마도 없어 1,000원짜리 국수 다발을 끓여 아껴 먹는다.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하며 저축했지만, 나이가 들어 돌아온 것은 빚더미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빨리 죽고 싶다.”며 하루하루 생을 연명해 나가고 있다. 또 심각한 노인 빈곤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노인 범죄가 증가해 ‘폭주(暴走)노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범죄 가운데 노인 범죄 비율이 8.8%에 달했다. 2004년 3%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노인빈곤 현실
OECD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구직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나이가 남성은 72.9세, 여성은 70.6세다. 이는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질 은퇴 나이인 남성 64.6세, 여성 63.1세에 비해 크게 높다. 이웃나라인 일본보다는 3년, 중국보다는 9년 더 일한다. 이렇게 많이 일하지만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평균인 12.6% 보다 4배나 높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밝힌 자료는 안타까움을 더한다. 올해 1~2월 파산 선고를 받은 1727명 중 60대 이상이 428명으로 전체의 24.8%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30대보다 높고, 40대와 비슷한 수치로 파산한 노인은 점점 많아진다고 한다. 게다가 젊은 세대의 파산은 재기할 의지라도 있지만 파산한 노인은 삶마저 무력해진다는 게 더 큰 문제다.
노후파산의 다섯 유형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미래에섯연구소와 공동조사한 노후파산의 유형을 크게 5단계로 살펴보았다. 첫째, 노년사기 4%, 둘째, 중대질병 40%, 셋째, 황혼이혼 12%, 넷째, 은퇴창업 37%, 다섯째, 자녀문제 20%이다. 노인대상 사기범죄 발생현황을 경찰청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2011년 10,256건에서 2014년 22,70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연령대별 암 발생확률 50대 12%, 60대 11%, 70대 13%로 나타나 50대 이후 급격하게 늘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쳐 노년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자식이 있어도 노후파산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과거처럼 자식에게 노후를 부탁하기도 힘들뿐더러 경제난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자식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 오히려 노후파산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