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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현모 Jan 08. 2019

제주도 만춘서점

동네 서점 유흥기 #1

동네 서점 유흥기는 다녀온 시간 순도, 가나다 순도 아닌 손 가는 대로 시작합니다.


지난여름 태풍 콩레이가 제주와 한반도에 큰 바람과 비를 몰고 올 때, 제주도에서 제주 바람을 제대로 체험하고 왔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심한 지 걸을 때마다 바람을 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축지법을 쓰며 이동했죠. 야외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이었지만, 동네 서점 몇 군데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들른 곳이 만춘서점입니다.

주소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로 9입니다.


날이 좋지 않아 문을 열지 않은 제주 동네 서점이 여러 곳이었는데, 다행히 만춘서점은 주인장께서 나와계시더라고요. 한 달음에 걸어갔습니다. 작은 단층 건물에 심플한 시멘트 외관과 간판이 미니멀한 멋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밖에 놓인 탁자에 책을 놓고 의자에 앉아 제주 햇살을 맞으며 시간을 보냈을 터인데 아쉬웠습니다. 

서점 내부는 책들과 만춘서점 액서사리로 구성됐다.


내부로 들어서면 만춘서점만의 액세서리 아이템들이 눈에 보입니다. 책만큼이나 문구류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몇 개 구입하기도 했고요. 생각을 되뇌는 것만으로도 이렇듯 기분이 좋을 수가 있다니요! 내부 공간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공간으로 알차게 꾸며졌습니다. 빈 공간이 많지 않아 아늑하게 느껴지고 주인장께서 가만히 책을 보고 계셔서 편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시집부터 소설, 역사, 정치, 사회, 영화, 예술 등 각 분야의 책들이 잘 준비돼 있습니다.


주인장께서 포스트잇에 작성한 간단한 서평을 적은 것을 읽는 것도 즐겁습니다. 간단한 추천 이유나 소감들을 책 내용에 대한 기대감과 궁금증이 들게끔 잘 작성해 주셨더라고요. 실제로 서평을 읽고 책 선택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자 친구와 한 권씩 고르고 동네 서점만의 시그니처 도장을 책에 받은 다음 책갈피를 하나 챙겼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주인장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자면, '만덕' 뮤지컬 티켓으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제주도에서 좋은 추억을 하나 더 가져갈 수 있었었습니다.

구매 인증샷ㅋ 책갈피와 책갈피 연필은 서비스로 주셨어요.


만춘서점에는 만춘서점만의 독특한 개성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것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것이 만춘서점 액세서리에서 오는 것인지, 마치 예술가의 작업 공간과도 같은 내부 공간 때문인지, 혹은 미니멀한 단독 건물이 주는 심플함에서 느껴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만춘서점에서 보낸 두어 시간이 제주도에서 느껴볼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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