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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Feb 07. 2024

겨울에 대해 쓰기

애쓰는밤 231207

3일 전 월요일, 아빠의 안과 진료가 잡혀있던 날이었다. 추가 수술 여부가 결정될 중요한 진료였고, 나는 회사에 오후 반차를 내놓은 상태였다.


오전 10시, 모두가 출근을 완료했어야 했을 시각. 나의 모닝커피 메이트 옆자리 과장님이 보이질 않았다. 사내 메신저에서 그녀의 이름을 찾다가, 며칠 전부터 외부에서 사내 메신저에 접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과장님 급반차세유??" 답은 오지 않았다.


11시 30분, 발신번호가 회사 대표번호인 부고 문자를 받았다. 옆자리 과장님의 부친상 알림이었다.


그 한통의 문자는 나를 2019년의 어느 여름날로 데리고 깄다. 상복을 입고 엄마의 영정사진 앞에 서있던 그때의 내 모습에 과장님이 겹쳐 보였다.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게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아빠를 만나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나는 장례식장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마지막 순번이었던 아빠의 진료가 끝이 났고,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혹여나 실수할까 하는 마음에 향이 아닌 국화꽃 한 송이를 고이 영정 사진 앞에 두었다. 울컥 차오르는 눈물을 감히 흘리지 못하고 꾸역꾸역 육개장을 먹었다.


아빠의 세 번째 수술이 결정되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료의 아버지가 떠났다. 두터운 패딩의 지퍼를 목 끝까지 끌어올려도 어쩐지 살이 에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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