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단쓰기클럽 231203
일기(日記); [명사]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살면서 “꾸준히 일기 쓰기”에 수차례 도전했었다. 개학식 전날 몰아 쓰던 그런 일기 말고, 나에 의한, 나를 위한, 나의 일기를. 날짜와 날씨부터 써 내려가는 평범한 일기부터, 감사일기, 감정일기, 소원 쓰기까지 정말 다양하게도 시도했었다. 결과는 물론 전부 실패였다.
글을 쓰는 일이 그렇게 좋다고 하면서 나는 왜 꾸준히 쓰지 못할까. 아마도 글쓰기라는 좋은 취미를 곁에 두고자 하는, 혹은 업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고민이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 보여줄 필요도, 굳이 신선한 교훈이나 매끄러운 문장으로 가득 채울 필요도 없는 일기조차도 나는 채 한 달을 써본 일이 없는 것 같다. 아, 딱 한 번. 『3개의 소원, 100일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고 100일 동안 세 개의 소원을 매일 썼던 때를 제외하곤. (참고로 이때의 소원이 뭐였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다만 100일 쓰기에 성공했다는 사실만 남아있을 뿐.)
나는 왜 일기를 쓰지 못할까.
우선은, 일기라는 단어에 대한 내 고정관념이 한몫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일기”라 함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일기”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첫 번째 의미 “날마다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 딱 이 것이다.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이 일상에서 시작하긴 한다. 다만 나는 내가 겪은 일이나 생각 따위에서 하나를 골라잡아, 그 생각에 꼬리를 물고 더 깊게 깊게 들어가는 것을 즐긴다. 그런데 나는 “일기”라는 말에 대해서 “일상의 시간순 나열”이라는 단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to-do list나 스케줄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그래서 나는 일기 쓰기에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둘째, 사람들이 자꾸만 일기를 써야 된다고 말하니까. 유명한 작가들이나 모임에서 만난 글을 잘, 그리고 꾸준히 쓰는 사람들은 중 상당수가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기를 쓰라고 말한다. 자기 계발서를 한참 읽던 시절, 그리고 글쓰기로 무언가를 이뤄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시절에 특히나 많이 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태생이 청개구리인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했다. '흥, 일기 안 써도 글 잘 쓸 수 있는데?' 물론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긴 했다. 글을 잘 쓰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잘 쓰고 싶다는 마음마저도 사라진 지 오래기에.
아무튼 나의 일기 쓰기 도전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다. 적어도 한 번은 결승선에 도달해 봐야 좋든 싫든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 결승선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