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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Mar 15. 2024

봄에 대해 쓰기

읽단쓰기클럽 240310

어느덧 3월이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3월은 1월보다 더 큰 시작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개학 시즌이라 그런지 봄의 시작이라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괜히 무언가 들뜬 마음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저 역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거든요.


요즘 제 모든 일상은 퇴사와 이직에 맞춰져 있습니다. 직업을 바꾸고 처음 들어온 직장에서의 3년 6개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흘렀네요. 왜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느냐고 묻는다면 연봉, 커리어, 팀장, 미래, 시스템, 가스라이팅, 건강, 가족, 뭐 이런 다양한 키워드가 떠오르긴 하는데요.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가장 큰 이유는 닮고 싶은 인물이 없다는 점인 듯합니다. 이곳에서 내가 3년을 더 일한다면 옆자리의 김과장님 같은 사람이 되어 있겠지? 5년을 더 일한다면 그 옆자리의 이차장님일 테고, 10년 뒤엔 최부장님, 20년 뒤엔 조이사님이 되어 있겠지. 이런 생각 끝에는 무언가 항상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다들 좋은 사람들이지만 회사에서의 그들이 즐거워 보이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이곳은 활기찬 직장 생활을 할 만한 여력을 갖추지는 못했구나, 라고요. 물론 그런 회사가 존재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체험해보지 못한 바깥세상에 희망을 조금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설사 조금 더 냉혹한 현실을 마주 하게 될지라도요.


내일 아침 일어나 출근을 하면 팀장님께 면담 요청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는 전자결재 시스템에 접속해 사직서 양식을 열고 조용히 작성을 시작하겠죠. 마음속으로 이미 몇 번이나 써 내려갔던 퇴사사유 항목에 아마도 저는 건강상의 이유라는 아무도 믿지 않을 이야기를 쓸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할 겁니다. 사실 저는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싶어서 이곳을 떠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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