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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Mar 15. 2024

내가 아는 가난

한문단클럽 vol.1 240309

안온 작가의『일인칭 가난 (그러나 일인분은 아닌)』을 읽고 씀




스무 살 때까지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다. 알코올중독치료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하다 결국 간경변으로 죽어버린 엄마와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아빠 밑에서 자랐다. 죽은 엄마는 요금 미납으로 정지된 휴대폰과 밀린 카드빚을 유산으로 남겼고, 나는 그때 가난한 부모가 죽으면 자식은 두 배 더 가난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상속 한정승인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것과, 이 절차를 밟기 위해서는 돈을 들여 전문가를 선임하거나 시간을 들여 법원과 주민센터, 신문사를 들쑤시고 다녀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직 살아있는 아빠는 세금 체납으로 통장을 압류당했고, 나는 늘 그래왔듯 내 명의의 계좌 하나를 내어주었다. 나는 알았다. 언젠가 아빠가 죽고 나면 다시 한번 무료법률상담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서른넷, 나는 아직도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진 빚을 갚고 있다. 또래의 관심사가 결혼이나 출산, 내 집 마련으로 변해가는 동안에도 나는 아직 출발선에 서있다. 언제쯤 첫걸음을 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인 상태로 여전히. 나는 내 가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몰랐다. 이 가난이 일인칭은 맞지만 일인분은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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