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는밤 240307
안녕하세요, 퇴사 예정자 박현정입니다. 저는 차주 월요일 사직서 제출을 앞두고 있는데요. 3주 전쯤이었나요, 코딱지만큼 오른 올해 연봉을 통지받고, 그 후로는 머릿속에 온통 이직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글에는 연봉, 이직, 퇴사, 뭐 이런 얘기들밖에 없네요. 매주 제 글을 읽고 듣는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아무튼 저는 결심했습니다. 다음 주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요. 지금 회사에 다닌 지 만 3년 하고도 7개월째에 접어들었는데요. 생각해 보면 저는 늘 이런 식으로 직장을 때려치웠었습니다. 오래 한 알바를 그만둘 때도 그랬고, 전 직장을 박차고 나왔을 때도 그랬죠. 아 짜증 나, 짜증 나, 하면서 다니다가 무언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부터는 참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바로 매니저를 혹은 팀장님을 호출했더랬죠.
며칠 전 저와 같은 날 입사한 같은 팀의 동기가 사직서를 제출했어요. 저희 둘은 회사의 사내 문화 정착을 위한 인성 컨설팅 어쩌구에서 "액션형 인간"으로 분류된 전적이 있습니다.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동기의 급발진 사표 제출에 그만 그 사실이 떠올라버리고 말았죠.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요즘 이토록 무기력한 까닭을요.
어제는 같은 직종의 프리랜서 선배를 만났습니다. 달랑 돈까스 한 끼로 장장 세 시간에 걸쳐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지에 대한 인터뷰를 얻어냈습니다. 선배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깨달았어요. 회사 밖 세상에는 생각보다 쉽게 돈 버는 개발자가 널리고 널렸구나, 돈만 좇으면 몸값은 순식간에 올릴 수 있겠다, 얻고 싶은 스킬이나 원하는 분야, 컴퓨팅 지식 같은 건 개나 줘버리고 그냥 복붙만 잘하는 코드 멍키가 된다면야 얼마든지.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생각했습니다. 선배에게 전해받은 헤드헌터 연락처로 내일 당장 전화하겠다고.
네, 그렇습니다. 미련한 저는 전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자꾸만 눈에 밟히는 세 글자가 있었거든요. 커.리.어.
프리랜서 개발자가 된다고 커리어가 망가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넓게 본다면 오히려 더 확장된 커리어를 갖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런데도 저는 자꾸만 미련이 남았습니다. 확장보다는 내실을 갖추고 싶다는 마음과 아직 돈보다는 비전을 추구하고 싶다는 청춘에요.
저는 어떤 결정은 내리게 될까요?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