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 신데렐라의 수제 빼빼로

Day18 ; 천안

by 현정

홍성에서의 해후 이후 정해둔 행선지는 천안이었다. 홍성에서 천안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지난 여행 동안 돌아다닌 시간을 생각해 보면, 1시간 정도는 붙어있다고 봐도 무방한 거리였다. 바로 옆동네로 가는 기차에 자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뒤늦게 티켓을 예매하려고 보니 나를 위해 남겨져있는 좌석은 이미 없었다. 입석까지 매진될 뻔한 열차의 입석 티켓 한 장을 아슬아슬하게 구했다.


생각보다 1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어서 숙소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화이트톤에 라탄 포인트로 인테리어 된 작은 카페였다. 폭신하고 차분한 카푸치노 거품에 시나몬 가루가 살짝 얹어진 것 같은 공간이었다. 카운터에 서있는 여자 사장님에게도 왠지 카푸치노 향이 니는 것 같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딸기크림치크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남자 손님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카페 사장님의 지인인 듯했다. 차 한 잔을 주문하고 사장님과 마주 앉은 그는 직접 만든 빼빼로를 카페 사장님께 건넸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 빼빼로 데이였다. 지나온 편의점 앞에 진열되어 있던 빼빼로들이 그제야 떠올랐다. 벌써 11월도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왠지 카페 사장님과 남자 손님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노트북을 두드리던 손이 속도를 늦추자, 작은 공간에 들리는 것이라고는 설레는 대화 소리와 그들의 대화를 꾸며주는 카페의 BGM 뿐이었다.




평소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주는 걸 그다지 즐기지 않던 나였다.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이면 혹여나 그 사진에 내가 배경이 될까 봐 요리조리 피해 다니기 바빴고, 나와 일행의 대화가 누군가의 BGM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말을 멈추거나 소리를 낮추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날 그 카페에서는 내가 그 두 사람의 배경이 되었다는 게 조금은 설렜다. 우연히 같은 공간에 있었을 뿐인데 왠지 신데렐라의 요정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나와 그 둘만의 비밀로 간직하려고 한다. 물론 그 두 사람에게 나라는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겠지만, 그것 또한 요정의 역할이 아닐까 하며 뿌듯해해 본다. 신데렐라가 수제 빼빼로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