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한 지 114일째, 엄마가 처음으로 꿈에 나왔다

by 현정

2019년 12월 5일의 기록




엄마가 돌아가신 지 114일째 되는 날이다.

3주 전 목요일, 엄마가 돌아가신 지 딱 3개월째 되는 날, 나는 3주간의 배낭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

2주 전 목요일, 엄마가 돌아가신 지 100일이 되던 그 날, 엄마를 찾아가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오늘 목요일, 엄마가 나를 찾아왔다.

죽기 전에는 매일 밤 꿈에 나타나 나를 괴롭히더니, 막상 한 번만 나와달라고, 사과할 기회를 달라고 그렇게 바라고 바라도 한 번을 들러주지 않았었는데. 왜 하필 오늘 목요일이었는지.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를 일부러 보지 않았다. 주변에 안 보는 사람이 없을 만큼 화제인데도 절대 찾아보지 않았다. 공효진이라는 엄마가, 그리고 이정은이라는 엄마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할 것 같아서 보지 않고 버텼다.


2019년 12월 20일, 엄마가 돌아가신 지 100일 되는 날을 하루 앞둔 밤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에게 다녀올 생각으로 알람을 맞춘 뒤, 이불 위에 누워 인터넷 뉴스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하필 <동백꽃 필 무렵>에 등장한 편지의 한 구절이 가슴에 들어와 버렸다. 드라마 줄거리를 종합한 흔한 연예 기사의 제목 중 일부였다.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그 편지의 수신인이 나인 것 같았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편지가 등장하는 부분의 드라마 영상까지 찾아서 몇 번을 돌려보았다. 드라마는 단 1분도 보지 않았으면서 매주 챙겨보던 열혈 애청자가 된 양 반복 재생되는 영상과 함께 그냥 많이 울었다.


거의 밤을 지새운 채로 아침 일찍 엄마에게 다녀왔다. 저녁에 있던 약속을 취소하고 나서야 실감했다. 엄마가 죽은 지 벌써 100일이 되었구나.


그리고 2주가 지났다. 엄마가 꿈에 나왔다. 꿈의 내용도 기억나지 않고, 엄마의 얼굴도 보지 못했다. 그냥 느낌으로 알았다. 지금 내 꿈에 엄마가 찾아왔다는 걸. <동백꽃 필 무렵>의 편지는 엄마가 나에게 보낸 편지가 맞는 것 같다. 좋은 곳에 잘 도착했으니 이제 안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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