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려하는가

by 수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때를 되짚어보면 별로 기억에 남을 에피소드는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즈음 통일을 주제로 한 교내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가물한 기억이 있다. 그 맘 때쯤 나는 학교에서 주에 딱 하루 2~3시간 주어지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시화부 활동을 곁들였다. 한 켠엔 성격을 닮아 흐릿한 채색의 간단한 그림, 한 켠엔 이제 막 고학년에 접어든 어린이의 마음도 물러지게 만드는 그럴듯한 시 한 편을 곧게 적곤 하였다.


중학교 때도 두어 번 상을 탔었던 것도 같고 본격적으로 글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건 고등학생 때인데, 백일장 우수상 수상과 더불어 수상한 작품이 교지에 실리게 된 것이다. 솜씨 없는 서툰 끄적임을 전교생에게 드러내는 사건은 평범하디 평범한 소녀의 몇 날의 밤을 잠 못 들게 하였고, 언젠가 누구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정작 몇이나 그 글을 읽었는지는 모르겠다마는.)


대학교 백일장에 발품을 팔았고 예선에도 오르지 못하는 처참한 결과가 반복되었다. 재능이 없음을 빠르게 인정하고는 맘 구석 깊은 곳에 그 소망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잘 묻어두었다. 전혀 무관한 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하였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치열했던 대학 시절을 지나, 졸업과 동시에 물론 전혀 무관한 직종의 회사에 취업을 했다. '저 어딘가에 빛나는 소망이 있었지' 하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글을 다시 쓰겠노라 막연한 다짐을 하며 어느덧 3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음에 아름답고 재미있는 것이 인생이며, 기회와 운명은 타이밍이 좌우한다. '캐스터북스(Casterbooks)'라는 이름의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유튜버의 영상이 우연히 알고리즘에 걸렸고, 흙먼지 덮인 작고 빛나는 소망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마음을 먹어줘!" 까끌까끌 그 사이에 많이 닳고 바랜 소망이지만 후후 불어 먼지를 털고 손수건으로 깨끗이 닦아 내가 가진 가장 예쁜 그릇에 이 소망을 담아낸다. 누구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은 이 작고 고요한 공간에 혼자만의 레이스를 시작해보려 한다.


1. 일상을 소재로 쓴다. 2. 다섯 단락을 쓴다. 3. 매주 한 편씩 쓴다. 4. 30편 쓴다. 5. 틈날 때마다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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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youtu.be/BjEfxRWF67Q?si=6AT75hg1JWs7M8zL, 캐스터북스(Caster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