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한 생각

by 수현


해가 가기 전, 호기롭게 혼자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어린 나이도 아니고, 국내 여행이지만 무언가를 혼자 해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내게 ‘혼자 여행하기’ 란 난이도 상에 가까운 목표였다.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마음껏 생각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아무 생각 하지 않을 수 있는 1박 2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달리는 기차에서 가만 시간에 잠긴다.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하나 붙잡는다. 장롱 면허 주제에 몸 편하게 여행을 떠나며 점점 더 빨라지는 기술의 발전이 조금 두렵다는 생각을 한다. 뭐든 빨리, 쉽게 할 수 있고 필요한 뭐든 단시간에 만들어지는 세상. 이제는 클릭 몇 번이면 한 편의 글도, 한 점의 그림도 뚝딱 만들 수 있다. 창작에 들이는 시간과 공이 줄어들다 못해 예술이 사라지는 시대가 올까. 세기를 거쳐 변화해 온 인류의 문화가 소멸하는 날이 올까.


바람 따라 철썩철썩, 넘어올 듯 말 듯 제자리를 지키는 파도. 개미굴 같은 골목을 미로처럼 통과하며 마주한 고양이. 달리는 열차에서 상영되는 창 밖의 풍경. 오감에 담긴 생각을 모아 종이 한 장에 풀어내는 순간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희미해져 갈 것만 같다.


한국에 초속 1,200km의 초고속 열차가 개발된다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순식간에 도착하는 그때가 오면 반경의 개념이 얼마나 확장될까? 이러다 정말 과학 상상화 그리기 수상작으로 걸렸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발명되려나. 하늘길을 정찰하는 교통경찰들이 추가 채용되어 지금의 구직난이 조금이나마 해결이 될지도 모르겠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자동차들을 상상해 본다. 눈이 어지러워진다. 참 편하고 살기 좋아진 세상에서 우리가 잃는 것들은 얼마나 많을까. 잃는지도 모르고 잃어버리는 것들. 빠르게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나는 이렇게 느릿한 생각을 한다. 내 느린 생각을 기차에 두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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