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에 관하여
어떤 이야기를 해도 지루할 것 같다. 나를 이야기 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해도, 어쩔 수 없이 지루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나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이유가 몹시도 궁금하지만 이렇게 쓰다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
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를 함께 읽었다. 참여자 중 한분이, 평소 자신은 에세이를 읽지 않는다며, 지극히 개인적인 그 사람의 이야기를 왜 나의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의 인생을 읽는다는게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완독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셨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읽어야 하지?'
나는 한 달 평균 열 권이 넘는 책을 읽고 있다. 지난 달 어떤 책을 읽었는지 단번에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 달은 고사하고 지난 주에 읽은 책도 하나하나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의 일도 완전히 다 기억하지 못한다. 하물며 무수한 활자로,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쏟아내는 책을 전부 기억한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한 권 정도는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주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읽었다. 에세이다. 강원국 작가는 고 김대중 대통령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써주는 일을 했다. 글쓰기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책은, 저자가 글을 쓰는 방법이라던지, 글쓰는 일을 하며 겪은 일화에서부터 글쓰기 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나 태도까지 한 권의 책으로 전달 할 수 있는 다양하고도 임펙트 있는 이야기를 술술 전해준다. 그런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으며 배울 점들을 정리해보았다.
우선 녹음과 메모다. 이 방법은 사실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었다. 샤워할 때도 음성으로 녹음해 한 편의 글을 쓰기도 하고, 운전 중에도 떠오르는 게 있으면 (사실 떠오르는 걸 쓴다기보다 마감날인데 시간이 촉박할 때 초고라고 만들어 놓자는 심정으로 읊조리는거다) 녹음을 하고, 아이와 대화할 때도 아이의 말속에 의미가 깃들면 곧바로 카카오톡 메신져를 열어 나에게 톡을 남긴다. 오늘도 며칠 전 운전 중에 남긴 몇 줄의 문구를 뼈대 삼아 이 글을 쓰고 있는거다. 내가 남긴 메모는 '내가 만든 책이 이 세상을 오염시킨다 한들 (쓸모 없는 쓰레기라서) 우주의 시간으로 봤을 때 지구에서 인간의 삶은 겨우 3초에 불과하다. 찰나를 살다가는 내가 몇 권의 책을, 쓰레기를 양산해 낸단 한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큰 흠은 아닐 것이다'라는 문구였다.
책을 한 권(아니 여러 권) 내고 싶은데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이 글의 서두에도 말했듯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써도 지루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와중에 에세이는 읽을 이유가 없어 읽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더더욱 의기소침해지는거다. 사람들이 읽는 책은 무엇이 다른가? 이런 자기계발서 제목같은 말만 자꾸 곱씹으면서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고, 어쭙잖은 해설도 달아보곤 하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결하다.
강원국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주말 작가님의 북토크에 참석했다. 주제는 '공부'였지만 내가 읽은 책의 내용도 강연에서 이야기 해주셨다. 그때 느낀 건 단순했다. 아, 책을 읽은 후의 느낌과 작가를 만나고 난 후의 느낀 감정과 감동이 비슷하구나. 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이구나. 지극히 개인적인 한 사람의 삶이 한 권의 책에 다 들어가 있구나. 흔히 책을 '읽는다'고 표현하는데 나는 '만난다'고 표현한다. 그 만남이 꼭 작가를 만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책 한권에 그것을 쓴이의 삶이 들어 있기에 단순하게 '읽기'로만 그치면 안된다. 읽고 난 후에 부딪혀 오는 감정과 감동으로 또 하나의 시선과 감각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만든 감각으로 다른 세계와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다.
거창하게 생각하니 내가 하려는 말들이 부스러기 처럼 또 작아진다. 또 하나의 감각을 주고 싶은데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는것 같다. 봉준호 감독의 어록, '가장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인 것이다'처럼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것'만큼 가치 있는게 또 없다. 그렇기에 읽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조승리 작가의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었지만 그것으로 우리는 그 개인을 둘러싼 세계와 전혀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거다. 그런 책을 왜 읽어야 하나가 아니라 그런 책일수록 더 읽어야 한다로 귀결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나의 책이 누군가에게 하나의 세계와 그 세계를 볼 수 있는 시선을 줄 수 있다면 한이 없겠다. 달리러 나갈 시간이라 일단 마무리 한다. 아이고.
2200자 11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