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욱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김연수

by 책사이애


카페로 가라. 되도록 자주 찾는 카페는 피하라.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서 고통스러울만큼 정직한 말을 써라. 다 쓰고 나면 종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려라. 그것으로 끝이다. 190p(...) 그러나 남편의 말이 옳았다. 그것으로 끝일 수는 없었다. 191p (...) 이제 그 불은 내 안에서, 관계의 불이 되어, 나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내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 불은 꺼지지 않으리라. 204p


어쩌면, 동욱은 필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모든걸 함구하겠다는 뜨거운 포옹도, 어둠 속에서 그나마의 빛으로 안도하기 위한 탄원서도, 복지사의 동정의 눈빛도, 하나뿐인 친구의 조문도. 어쩌면 동욱은, 모두 다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제고 다시 따라나선 철교 다리 밑에서 검은 강물을 바라볼 수 없었다던 남편이 말하지 않았던가. 그 모든 일이 다 지나간 후라도, 동욱이 소년범 형량의 최대치인 15년의 형을 다 살고 나온다고 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동욱에게 또 남편에게 그리고 나에게 15년은,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


어떤 일은 제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기억에서 거물거물 아련해져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고통으로 분명히 존재한다. 무서우리만큼 지독한 ‘미성숙이, 순진이, 동심이’ 낸 상흔과 그것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어른에게도 생채기를 남긴다.


#한컵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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