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환한 날들

봄밤의 모든 것 - 백수린

by 책사이애


작은 아이를 만났다. 너무 작아서 ‘어찌 살꼬’ 싶었던 아이의 손을 잡고 나는 하나의 세계를 건너왔다. 이전에도 잘 알던 길이다. 엄두도 못 내다가 그 작은 손을 꼭 잡고 발을 뗐다. 작은 아이는 작아서 아름다웠고, 아이라서 아름다웠고, 우리의 만남 자체가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작은 아이를 만나 이전에 하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듣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 둘 알아갈 수 있었다. 분명 몸이 있고, 눈이 있고, 귀가 있었는데도 할 수 없던 것들이다. 작은 아이의 숨냄새를 맡으며 그렇게 세상의 향기를 새롭게 정의 내릴 수 있었다. 향기로운 세상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것이 즐비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었고, 그 책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글을 썼고, 아름다운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을 이야기하며 여기까지 왔다. 세상 그 어떤 것이든 ‘전부’ 일 수 없다는 오래된 지론이 유독 이 아이에게만은 예외다. 아이는 내 세상의 전부, 아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 작은 아이들이 전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우리가 세상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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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하게 살아가는 그녀는 하루하루 정해진 방식으로 살아간다. 매주 수요일, 그게 어떤 수업이든 관계없이 그날은 평생교육원에서 수업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수강을 했다. 수필 쓰기 수업이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단 한 편의 수필도 쓰지 않았다. 강사는 늘 “마음을 들여다 보”라 이야기하지만 그녀에게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너무 무서’운 일이다.

우연히, 손자를 위해 임시로 맡게 된 앵무새를 만나면서 그녀 삶은 조금씩 균열이 일어난다. 그녀가 앵무새에게 시나브로 마음을 기울이며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 무척이나 따뜻했다. 하나의 존재, 앵무새 덕분에 지난 삶 속의 자신, 그러니까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 각자의 ‘환한 날’을 가슴속에 켜놓고 산다. 작은 불빛이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 빛은 존재하고 아무리 나이를 먹었다 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존재를 사랑하고, 상실하고, 고통받고, 다시 사랑한다. 그것이 결국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일 것이다.


#한컵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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