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너 코스

쓰게 될 것 - 최진영

by 책사이애


누군가를 수식할 때 붙이는 단어들을 떠올려본다. 가볍게 붙이는 호칭도 있지만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붙이는 수식어는 내가 닿아 있는 상대의 한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다정한 남편, 예민한 친구, 발랄한 동생. 어쩌다 조금 더 이해가 필요할 때는 현재 직업이나 전공, 하다못해 사는 동네 이름이 될 수도 있다.

가까운 이를 수식하는 단어를 주르르 훑어본다. 막상 떠오르진 않지만 어쩌다 다른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붙이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대상들을, 나는 어떻게 이야기 하나. 소설 속 딸은 아빠를 수식하는 단어를 하나 더 보태는 식으로 아빠를 알아간다.

다 큰 딸들이다. 아니, 다 크지 않았다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완벽한 타인인 가족은 서로를 온전하게 알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그런 관계에서도 분명하게, 또 완강하게 각자가 영위하는 '들키고 싶지 않은' 생활이 있다. 그 생활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나. 알고 있나.

친구가 새로 시작하는 일을 도와준다는 아빠는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을 거라며 물색없이 이야기한다. 겨우? 아빠는 자존심도 안 상하냐 퉁을 주지만 아빠는 알고 있다. 진짜 자존심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그것에 반응하는 너의 태도라고. 알려주고 싶지 않은 것을 구태여 알아내려 안간힘을 쓰는 딸의 행동에 자존심이 상하는 거라고.

순간, 아빠를 수식하는 단어를 하나 더 만들어내며 대화를 끝낸다. 쓰임을 다한(?) 아빠의 노년이 다시 쓰이게 되는 것, 기존 익숙하게 붙이던 아빠의 수식어를 새롭게 쓰게 된 것, 그런 소설을 읽고 나 또한 이렇게 수식어와 자존심에 관한 생각을 쓰고 있는 것.

좋은 소설의 몫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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