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by 승현




지난 겨울과 올해의 상반기에 걸쳐서 해설 했던 신학철 작가님의 <시대의 몽타주> 전시 해설 중 있던 일이다. 근대사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많은 이야기들을 몽타주로 풀어낸 작가님이 광주를 위해 작은 공간을 특별 전시로 꾸며놓으셨었다.


이 작가님이 광주에 연고가 있다거나 5.18을 직접 겪은건 아니다. 워낙 역사에 관심이 많으셨던 작가님이 5.18 관련 자료들을 보고 소장하며 많은 걸 느끼고 배우셨고, 이를 토대로 공들여 시체의 사진을 세워 배치하며 죽은 자는 산 자의 발목을 붙잡고 놔주지를 않는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며 구성한 작은 공간이었다.







전시 해설 전

작가와의 만남 때.


작가님의 소개처럼 내 발목을 붙잡고 놔주질 않는 작품이 있었다. 나는 그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앞에서 누가 잡아 내린 것 마냥 내 다리가 뿌리박은 것 같이 미동도 할 수 없었고, 작품을 느릿하게 보고 옆으로 시선을 옮기면 붙어있는 캡션에 써진 작품 제목에도 마음이 크게 움직이는 작품이었다.



작은 방의 한 면씩 채운 네 점의 작품을 반 시계방향으로 돌고나면 그 작품 앞에 도달한다.


이번 2024년 겨울을 얼어붙게 한 계엄을 이야기한다. 박찬대 원내대표의 2차 탄핵 제안 설명에서 했던 1980년 5월의 광주가 2024년 12월을 구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은 광주에 큰 빚을 졌단 말을 인용한다. 내 발목을 붙잡고 놔주질 않는 이 작품 속에 갇힌 남자 앞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 관객들은 짧은 호흡을 내뱉으며 남자를 눈에서 떼질 못한다. 아무튼 그 전시 해설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고, 호응도 좋아서 해설할때마다 뭉클해지는 그림이었다.




어느 조용한 2월의 주말. 한 부부가 정규해설 대기하고 있던 나에게 다가와 해설을 요청했다. 차근히 신학철 작가님의 초반기 작품부터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던 순간을 지나 그 방에 들어섰을 때였다. 촛불처럼 서있는 시체들의 형상과, 동학에서 시작에서 80년 5월로 흐르는 금강을 지나 그 남자 앞에 섰다. 매번 했던 문장을 내뱉었으나 미동도 없고 감흥도 없어서 나는 당황까지 느껴야했다. 심지어 남성은 허공을 쳐다보며 딴 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예상치도 못한 반응에 빠르게 그 공간을 뜨며 짧은 순간 해설을 복기했다. 내가 뭐 실수한게 있었나? 어디 부분에서 마음에 안드셨을까. 여전히 집중을 못하는 부부를 보니 이걸 어떻게 꼭대기층 전시까지 끌고가야하나 걱정만 커져간다. 그대로 어영부영 1 전시를 마무리하고 두번째 소장전으로 올라갔을 때였다. 삐걱삐걱 앞장서 나가던 내 뒤로 울음 소리가 들린건 두번째 전시실로 올라가는 오르막에서였다.



뒤를 돌아보니 여성분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당황하며 짧은 음절만을 남발했을 때, 죄송하단 이야기를 나에게 전한다. 무덤덤하게 옆을 지키고 있던 남성이 말한다. 사실 아까 도슨트님이 발목을 잡힌다는 그 작품이요. 우리 집에 있었어요.



그 작품을 소장하고 계신건가요? 물으니 아니요. 라는 조금 장난스럽게 들리기도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럼 그 작품 사진 원본을 갖고 계신건가요? 물으니 또 아니요. 이게 무슨 말장난이자 수수께끼같은 말인지. 당황이 목 끝까지 차오를 때 쯤이었다. 그 사람이 저희 집에 있었어요. 방금 그 남자의 유족이었단 말로 해석된다.



그리고 여자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그래서 아까 그 작품부터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서... 또 사과가 돌아왔지만 나는 아무말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체감했다. 내가 지금 광주에서 활동하는 해설사구나. 아무리 매 년마다 5.18 기념전시를 해설해도 느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형이었구나. 결말이 나지 못했구나.



불은 얼굴로 이 관객은 끝까지 내 해설을 듣고 갔다. 장장 1시간 동안. 훌쩍거림이 멎고 엘레베이터로 안내해드리고 나서 그동안 만난 귀빈 관객보다 더 어렵고 마음이 쓰였다. 도슨트증을 벗어 정리하고 외투를 걸친 채로 그 작품 앞으로 다시 갔다. 작품을 오래 오래 오래 오래 봤다. 피에 떡져 굳어버린 머리부터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은 눈동자를. 여전히 살아있을 것 같은 그 얼굴을.







tempImageHZuANI.heic 광주는 끝나지 않았다 1990 <신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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