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하천, 바람의 길

제주의 자연(2)

by 박현

제주도에는 175개의 하천이 있다.

한라산 정상부에서 발원한 하천은 실핏줄처럼 이어져 바다로 흐른다. 산기슭 어딘가에서 만나 함께 흐르기도 하고, 큰 물줄기가 되어 쏟아지기도 하고, 크고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제주의 하천은 바람이 흘러가는 길이다.




제주의 하천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다.

물 빠짐이 좋은 현무암질 용암대지가 하천 바닥을 형성하기 때문에 빗물이 모여 흐르지 않고 스며든다. 비가 많이 올 때만 일시적으로 물이 흐르는 건천이다. 대부분 땅 속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함양하거나 해안이나 절벽에서 용천수의 형태로 솟아난다. 제주도의 하천은 육지의 강에 비하면 보잘것없다. 길이도 짧고 유역 면적도 작다. 상류는 협곡을 따라 급경사를 이루기도 하고, 하류로 내려가면서 주상절리나 폭포 지형이 생겨나기도 한다.


수많은 하천 중에서 효돈천과 강정천은 물의 흐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효돈천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최초 지정되었다. 한라산 백록담 남벽과 서벽에서 생겨나 바다로 이어진다. 이 지역 사람들은 효돈천을 '내창'이라 부른다. 효돈과 하례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내창은 숨겨진 보물 같은 하천이다. 상록수림이 울창해서 하천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무에 덩굴이 덮여 있어 더욱 그렇다. 효돈천이 바다와 합류하는 지점은 '내깍'이라고 한다. '내깍'이라 불리는 '쇠소깍'은 40만여 년 전에 분출한 조면암질 용암류가 오랜 시간 파도에 쓸려 기암괴석을 이루었다. 해변의 검은 모래는 상류의 현무암이 물살에 쓸려 이곳에 쌓인 것이다. 소금막 검은모래해변이라 불리는 쇠소깍 해변은 한라산 고지대에 분포되어 있는 현무암이 침식되어 하천을 통해 바닷가로 운반된 경우이다. 효돈천 곳곳에서 현무암 부스러기를 볼 수 있다.


강정천은 '대가내천, 큰내'라고 불리었다.

하류 쪽은 항상 물이 흐르고 수량도 풍부하다. 은어떼가 몰려다니는 이곳은 도민들의 여름 물놀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 맑고 깨끗한 물은 시원하다 못해 차갑게 느껴진다.


서귀포 시내의 하천은 천변으로 길을 만들어 놓아 산책하기 좋다.

솜반천은 서귀포 원도심 서쪽으로 흐른다. 걸매생태공원을 거쳐 천지연폭포에서 바다와 만나고 서귀포항으로 흐른다. 동홍천은 '애릿내'라고 불리는데 산지물에서 정모시쉼터로 이어지고 정방폭포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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