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용암동굴, 불의 길

제주의 자연(3)

by 박현

제주의 땅 속에는 160개의 길이 있다.

그 길은 ‘용암동굴’이라고 하지만 걸을 수 없는 길이다. 상상을 통해서만 걸을 수 있는 길, 그래서 더욱 애닮은 길이다. 제주섬의 땅 속을 상상해 보자. 거문오름에서 시작된 사랑은 뜨겁게 흘러가 월정리 해변에서 멈춘다. 그 끝 지점인 하얀 모래 위에서 바다를 보며 땅 속으로 뻗어나간 뜨거운 불의 길을 상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용암동굴은 화산이 빚어낸 숨은 흔적이다.

용암이 흐르면서 표면이 빠르게 식어 단단한 뚜껑을 만들고 그 안쪽으로 용암이 계속 흘러가면서 길을 만들었다. 육지에서 볼 수 있는 석회동굴보다 거칠고 검은빛이 강한 현무암질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의 용암동굴은 미탐사 구간이 많아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지만, 160개 정도로 추정한다. 이중에서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 은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쌍용굴 등 5개 주요 용암동굴을 포함한다.


매년 7월에는 제주에서 세계유산축전이 열린다.

그 기간 동안 상상으로만 볼 수 있던 용암동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거문오름 분화구에서 용암이 땅 위를 흐르며 만들어 낸 '용암의 길', 용암이 땅 속으로 흐르며 굳어진 ‘동굴의 길’, 용암이 바다로 뻗어가며 만들어진 길 등 3개의 구간을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워킹투어(주제 : 불의 숨길, 만 년의 시간을 걷다)에 참가해서 걸었다.

동행한 유산센터 해설사의 말로는 동굴로 가는 숲길은 숨골 지형이나 풍혈이 곳곳에 있어 온습도가 자동조절되어 항상성을 유지한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동굴의 길에 접어 드니 습지를 지나 탁 트인 곳이 나온다. 평평한 땅을 발바닥 전체로 밟으면서 걸으니 ‘쿵쿵’ 소리가 울린다. 땅 속에 동굴이 지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해안이 가까워지면서 숲은 사라지고 하얀 모래땅이 펼쳐지는데,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밭담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탐방은 월정리 해안에서 마무리된다.


제주의 용암동굴을 대표하는 곳은 만장굴이다.

동굴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세계적인 용암동굴이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만쟁이거멀'로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으나, 내부 탐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만장굴을 발견하고 탐사했던 주인공이 김녕초등학교 부종휴 교사와 학생들로 구성된 어린이탐험대라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아쉽게도 지금은 안전을 위해 폐쇄되어 관람할 수 없다. 내년에 만장굴 재개장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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