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얼굴, 제주의 날씨

제주의 기후와 토양(1)

by 박현

제주가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이야기할 때 그것은 제주의 날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날에는 제주섬은 숨죽이며 마녀의 칼춤이 멎기를 기다린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칠 때면 감히 밖으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바람에게 따귀를 맞기도 하고 옆으로 꺾인 비에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다.




그렇다면, 제주의 날씨는 육지와 어떻게 다를까?

제주도는 기후분류학상 아열대권에 속하며,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해양성 기후는 바다의 영향을 받아 기온의 변화가 적고 습도가 높으며 강수량이 많다.

보통 날씨를 말할 때 기온, 습도, 강수량, 풍속이라는 네 가지 지표를 사용하는데, 이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제주의 평균기온은 15.9도씨로 육지에 비해 3도씨 이상 높다. 또 평균습도도 71.1%로 육지에 비해 높은 편이다. 강수량은 1633mm로 다우지역이며, 풍속도 4.2m/s으로 바람의 섬이라 불릴만하다. 한마디로 육지에 비해 온화하고 습하고 비와 바람이 많다.


제주 바다와 한라산의 존재는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면이 바다에 맞닿은 제주도는 해수면의 온도에 민감하다. 바다의 온도는 땅의 온도에 비해 약 2개월의 시차가 있다고 하는데 제주 바다는 4월이 되어야 따뜻해진다. 해수변 온도가 오르고 남풍이 불어 습한 공기가 유입되기 시작하면 한라산 남쪽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흐린 날씨와 약한 비가 잦아지는데 이를 ‘고사리 장마’라고 부른다. 6월에 바다가 충분히 덥혀지고 나면 본격적인 장마와 태풍이 시작된다. 제주의 장마는 육지보다 먼저 시작하고 독한 물기로 견디기 힘들다. 해안지역은 펄펄 끓는 수증기 속에 갇혀 있지만, 중산간은 맑은 하늘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태풍의 빈도가 약해지면서 기후변화 요인인지 밤과 새벽 사이에 스콜성 호우가 나타나기도 한다. 9월이 지나면서 청명한 날씨를 보여주는데, 이때 수평선이 가장 잘 보이고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뚜렷해진다. 12월부터는 바닷물이 차가워져 그 영향이 줄고 북서계절풍의 차고 습한 공기가 한라산을 만나 상승하면서 산간과 중산간에 많은 비와 눈을 내린다. 교래, 선흘, 송당 등 동부 중산간 지역은 겨울철 폭설로 유명하다.


한라산도 날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날씨가 다르다.

바람이 높은 산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은 제주도에도 자주 나타난다. 여름에 따뜻한 남동계절풍이 불어 수증기를 머금은 구름이 한라산을 넘으면서 많은 비를 뿌리고 에너지를 소진하고 나면 메말라져 돌풍이 불기도 한다. 겨울에는 차가운 북서계절풍의 영향을 받는데,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서귀포 지역은 봄날 같은 날씨를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강수량과 풍속은 지역별은 큰 차이를 보이는데, 제주, 서귀포, 고산, 성산 등 네 군데 기상대의 강수량을 보면 남부와 동부지역에 특히 강수량이 많다. 하지만, 강수빈도는 차이가 없어 한번에 내리는 비의 양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풍속도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가장 바람이 적은 서귀포에 비해 고산은 2배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분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자연재해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자연재해 중에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태풍이다. 다행스럽게도 한라산이 우뚝 솟아 있어 태풍의 경로가 직접 제주섬과 한반도 내륙으로 향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있고 큰비와 강풍을 동반하는 태풍을 제주도민들은 큰 위험요인으로 인식한다. 반면에 홍수나 산불 같은 자연재해는 제주도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비가 아무리 와도 현무암 기반의 대지로 이루어진 데다 하천이 대부분 건천이어서 범람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 산불의 경우도 상록수가 많고 나무의 잎이 두텁고 수분함량이 높아 강풍에도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살면서 느끼는 제주의 날씨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복잡하다.

방위와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날씨는 육지와 달라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육지에 비해 온화하고 일교차가 작아 생활하기 좋고, 공기가 건조하지 않아서 촉촉한 느낌을 받는다.

날씨를 통해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여러 계절이 공존하는 듯 한 계절이 또 다른 계절을 품고 있는 것 같다.



* 기후분류학상 아열대권에 속하는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이므로 연중 온난 습윤한 해양성이 강하여 일교차가 육지에 비해 작고, 지표 및 지중 온도가 높아서 겨울철 원예작물의 월동재배 및 아열대과수의 시설재배가 가능하며, 제주지방의 기후요소를 한반도 내륙지방의 값과 비교하면 기온이 높은 점 외에도 강수량이 많고, 강한 바람이 자주 부는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