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마음』 연작 구성

시작노트

by 박현

첫 시집을 출간하고 앞으로 어떤 시를 쓸까 고민하였다.

제주에 내려와 살 작정이었기에 지역적 기반을 가지고 제주를 주제로 시를 쓰고 싶었다.


내가 처음 제주를 만난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은 햇살을 머금고

성긴 비를 뿌리기도 한다


- 나의 시 「제주에서」 중에서


그 세찬 바람이 나에게 불어왔다. 그때 제주의 마음을 보았다.

내 거친 마음의 끝자락이 제주의 마음 어딘가에 닿아 펄럭이고 있었다.


제주살이를 시작하고, 제주의 자연과 역사, 민속, 언어에 대해 공부하면서 시작업은 구체화되었다.


제주섬은 처음부터 보롬뿐이라 수다.

너울뿐이라 수다.


날 어느 만이 소랑호어?

저디 제주 바당 만이 소랑호여.


속삭이는 듯 제주어 문장들이 내 속으로 들어왔다.


대사가 녹아 있는 한 편의 연극 같은 시! 엘리엇의 『황무지』 같은 시를 쓰고 싶다.

시 속에 이야기를 담고 싶은 생각을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할망을 퍼소나로 자연과 인간과 신을 연결하고, 제주의 신화에 기반을 둔 서사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시, 그 속에 제주의 태양(햇빛)과 토양(흙)과 물과 공기와 바람을 모자이크처럼 붙여 넣고 싶다.


지난여름 『제주의 마음』 이란 제목으로 시를 구상하면서, 제주의 처음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나는 그것을 서귀포층을 받치고 있는 거친 언덕에서 찾았다. 그곳에서는 특별한 별을 볼 수 있는데, 남극노인성이라 불리는 카노푸스는 서귀포에서만 볼 수 있는 별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밝게 뜨는 별이 있지

어두운 마음을 밤새 비추고

온몸을 어루만지며


고요 속에서

바람처럼 휘날리는 별


- 『제주의 마음』 1부 프롤로그 2연



『제주의 마음』 은 다섯 개로 구성된 연작시다.

시를 쓰면서 시에 주석을 붙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제주의 마음은 제주가 품고 있는 모든 것,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빛나는 시간이다. 끝까지 제주의 거친 마음과 함께 제주가 가진 얼굴의 표정도 온전히 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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