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등대 '진황과 춘지'

제주인의 기부정신

by 박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에 보면 '재일동포 공덕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남원 일대 마을을 돌아보면서 제주 출신 재일동포가 고향 동네에 기부한 것에 감사해서 세운 공덕비가 많은 것을 보고 놀라워하며, 제주인의 공동체 의식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


하예리와 사계리에 두 개의 등대가 멀리 마주 보고 서 있다.


제주올레를 걷다 보면 오래 멈추고 싶은 곳이 있다.

논짓물에서 서쪽으로 열리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진황등대라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이 그런 곳이다. 탁 트인 바다 경관이 뛰어나고 등대 아래쪽으로 하예포구가 내려다 보인다. 마녀의 언덕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진황등대는 바다로 쑥 내민 '큰코지'('코지'는 제주어로 앞으로 쑥 내밀어진 지형을 말한다)에 우뚝 서 있는 모습이 그 자체로도 보기 좋다.


하예포구에서 대평포구를 지나 박수기정이라는 절벽 위를 넘어가면 산방산이 가까워진다.

사계리는 산방산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사계항에 가면 빨간색의 춘지등대를 볼 수 있다. 이 두 개의 등대는 하예리와 사계리가 고향인 재일동포 강진황씨와 그의 부인 김춘지씨가기부하고 건립한 것이다. 진황과 춘지, 이 두 개의 등대는 사랑의 등대라고도 불린다.


한자로 적힌 표지석 앞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노부부의 '제주의 마음'을 읽는다.


이따금씩 해안길 따라 방파제 끝에서 반갑게 등대를 만나지만, 진황등대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등대 건립금을 기부한 노년의 부부는 스무 살 청춘에 일본으로 건너가 플라스틱 제조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자수성가했다고 한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고향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기부한 것을 생각하면 그 마음이 너무도 아름답다.


진황등대 옆에는 표지석이 놓여 있는데, 사실을 적었을 뿐인데도 감동을 준다. 한자로 적혀있는 다소 딱딱한 문장이지만 한글로 바꾸어 그대로 인용해 본다.

"하예진황등대는 지역 어민은 물론 인근을 항해하는 각종 선박들의 해상교통안전 도모를 목적으로 이 마을 출신인 재일동포 강진황씨가 자비 일금칠천이백만원을 들여 설치하였음. 준공일 1993.7.31."




최근에 기사를 하나 보았다.

제주도가 재일제주인 1세대인 공덕비 공헌자와 후손들을 고향으로 초청해서 환영행사와 함께 고향 마을 탐방, 성묘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나 역시 어두운 밤에 등댓불처럼 밤바다를 지켜 지역어민 선박들의 안내자가 되고자 했던 노부부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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