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 읽기(8) 천상병의 시
스물일곱 살은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나이였을까?
인사동 골목에 귀천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허연 입김을 불어가며 오가던 그곳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모과차를 마시며 문학과 삶에 대해 생각했다.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고 그것으로 충분했던 그해 겨울이 가끔씩 그립다.
천상병 시인은 수백 편의 많은 시를 남겼지만 「귀천」 이라는 제목의 시는 낯익다.
창작과 문학에 발표했을 당시 「귀천」 에는 ‘주일(主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주일이라는 제목의 시가 더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주일에 쓴 시라는 의미로 부제를 달은 것 같다. 천주교 신자였던 그에게 주일 하루는 미사를 드리고 시 한 편 쓰는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귀천」에서 시인은 빛나는 언어로 인생에 대해 세밀한 조망을 보여준다.
1, 2 연에서 '이슬'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자연계의 이미지는 마지막 연에서 '소풍'이라는 인간 세계의 이미지로 바꾸어진다. '새벽빛'과 '노을빛'은 서로 대비되면서 '소풍 끝내는 날'의 배경이 된다. 시인은 죽음을 '소풍을 끝내는' 능동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면서 어떤 기교파 시인보다도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시인이 말하는 '아름다운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이길래 아름다웠다고 말할까?
그의 다른 시 「새」를 읽으면 '아름다운 이 세상'이 '외로움'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터'에서 그 외로움이 얼마나 컸을까. 자신을 ’날개 없는 새‘로 노래했던 시인에게 '둘이서 놀던 기슭'이라는 공간은 너무도 편안하고 익숙한 곳이 아니었을까.
「귀천」은 소풍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아이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 같다.
우리는 잠시 소풍 나온 아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산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이 세상에 남겨두고 우리는 떠나갈 것이다. 천상병의 시를 읽으며 지금 내가 아름다운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상병의 시 「귀천(歸天)」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