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 읽기(7) 신동엽의 시
신동엽 시인은 1960년대 혁명의 시대를 살았다.
그의 첫 번째 시집 『아사녀』와 장편 서사시 『금강』을 발표한 것도 모두 60년대였다. 신동엽의 시를 읽으면서 그가 추구했던 삶의 알맹이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시인으로서 껍데기를 모두 버리고 그에게 마지막까지 남았던 것은 사랑과 혁명이었다.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를 읽으면 그가 갈구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시로써 혁명을 노래한 시인에게 사랑은 어떤 것이었을까? 시인이 타계했던 그해 현대문학에 실렸던 유작시 중에 「영(影)」이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이 시는 시인의 다른 시와는 다르게 자전적인 시다. 나는 시를 읽으면서 시의 제목이 그가 사랑했을지도 모를 어느 여인의 이름 끝 자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의 전문을 읽어보면 어떤 사랑 이야기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시인은 비가 내리는 어두운 저녁에 '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을 찾아간다. 그날 저녁은 너무 보고 싶어 그녀가 나타나 줄 것 같은 저녁이다. 술집 앞에서 잠시 멈춰 서지만 고개를 젓고 길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그녀는 돌아가라고 말하면서도 시인의 눈을 지켜보면서 떠나지 않는다. 시인은 보리밭이 푸르게 물들면 떠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화자는 ‘영’이라는 여인을 숙명처럼 생각한다. 그것은 고뇌하고 연민하는 사랑, 짧게 머무는 사랑, 하루를 견뎌내는 사랑이다.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숙명'이라고 한다.
시인은 학창 시절 금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작은 배 갑판 위에서 사랑과 혁명의 시인이 되기를 꿈꾸었다고 한다. 그에게 사랑과 혁명은 숙명의 또 다른 동의어이다. 그가 추구했던 혁명의 그림자가 시인의 가슴에 품었던 사랑은 아니었을까? 문득 ‘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시의 대상이 궁금해진다.
“비는 내리는데 숙명처럼 나는 널 생각하고 고뇌의 심연에 빠져 버둥이는 내 눈을 너는 연민으로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떠나라, 아니면 함께 빠져주든가, 가로수에 잎이 트면 그리고 보리 이랑이 강과 마을을 물들이면 나는 떠나갈 것이다”
(신동엽의 시 「영(影)」의 마지막 연을 산문으로 풀어서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