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와 수선화

행복한 시 읽기(9) 워즈워스의 시

by 박현

워즈워스는 새로운 시를 썼다.

과거의 시는 교훈적이고 풍자적이고 고전적이었다. 그는 인간과 자연에서 얻은 느낌을 일상의 평범한 언어로 썼다. 1798년 발간된 서정가요집 서문에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워즈워스를 통해 시가 규범과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비로소 인간 내면의 감정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본적이 있는가?

그의 「무지개」 (원제는 'My Heart Leaps Up' 이다)라는 시를 읽는다. 어릴 적 하늘의 무지개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시인은 '가슴이 뛴다'라는 솔직하고 쉬운 언어로 표현한다. 유년의 무지개는 어른이 된 시인에게 '자연에 대한 경건함'으로 사라지지 않고 나타난다. 한편, 시 속에 삽입된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이다' 라는 문장은 시가 규범적 틀을 벗어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생각하게 한다.


그의 다른 시 「수선화」 (원제는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이다)에서 감정의 폭은 더 세밀해지고 확장된다. 어릴 적 무지개를 보고 가슴이 뛰었던 화자는 어른이 되어 호숫가에 무리지어 핀 수선화를 바라본다. 바람 속에서 춤을 추던 황금빛 수선화는 시인의 기억 속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마지막 연에서 '내 마음은 기쁨으로 차오르고 수선화들과 함께 춤을 춘다'라고 문장은 어떤 방식으로 내면의 감정이 밖으로 표출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시가 읽히지 않는다.

시를 읽는 것이 힘들어졌지만 여전히 시인들이 존재하고 많은 시집들이 출간되고 있다. 시가 자연과 인간이라는 삶의 영역에서 벗어나 무엇인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그 틈새를 메우는 가벼운 시들이 떠다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워즈워스의 시를 읽으며 시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하늘에 무지개가 뜨면 내 가슴은 뛴다.
삶이 시작될 때도 그랬고,
지금 내가 어른이 된 지금도 그렇다.
늙어서도 그러기를 바라며,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 워즈워스의 시 「무지개」 앞부분 인용(정현종 시인의 번역)



I wandered lonely as a cloud
That floats on high o'er vales and hills,
When all at once I saw a crowd,
A host, of golden daffodils;
Beside the lake, beneath the trees,
Fluttering and dancing in the breeze.


나는 외로운 구름처럼 떠돌았네
골짜기와 언덕 위를 떠다니는
그러다 문득 한 무리를 보았네
황금빛 수선화의 군락을
호숫가, 나무 아래서
바람에 나부끼며 춤추고 있었지

- 워즈워스의 시 「수선화」첫 번째 연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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