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 읽기(10) 셸리의 시
스무 살에서 서른 살로 넘어갈 때 셸리의 시를 읽었다.
아무런 경고도 없이 삶이 희망에서 절망으로 넘어간다고 느꼈을 때, 그의 삶만큼 짧은 문장은 텅 빈 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셸리의 시 중에 「나폴리 근방에서 절망 중에 쓴 시」 라는 제목의 시가 있다.
이 시는 셸리가 자신이 나고 자란 영국을 떠나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에 머물 때 쓴 시다. 시인의 연보를 살펴보면 그 시기에 건강도 좋지 않았고 극복하기 어려운 가족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시인은 혼자서 나폴리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주위의 풍광을 바라다본다. 겨울 바다는 햇살이 가득하다. 하늘은 맑고 파도는 춤춘다. 섬들은 푸르고 산에는 눈이 덮여 있다. 시인은 촉촉한 공기의 숨결을 느끼기도 하고, 바람과 새와 파도의 소리도 듣는다. 그는 오감으로 기쁨을 느낀다. 그 시간은 보랏빛으로 물드는 정오의 시간이다. 그 시간에 시인은 절망한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 예전의 내가 아니다'라고.
정오는 해는 가장 높이 뜨는 시간이다. 태양광선이 직선으로 내리쬐는 시간이고, 오전과 오후의 경계가 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해가 비스듬히 비추기 시작하고 황혼의 시간을 향해 흐른다. 나폴리 해변에 부는 바람과 일렁이는 물결도 부드럽게 바뀌어 가는 것이다. 시인은 나폴리 바다처럼 고요하고 깊게 절망에 대해 쓴다. '이제 절망조차 온화하다'라고.
사람은 언제나 희망 속에서 살 수는 없다. 누구나 낙심할 때가 있는 법이다.
셸리의 다른 시 「서풍에게 부치는 노래」 는 비슷한 시기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쓴 시다. 절망의 때에 서쪽에서 불어오는 거친 바람에게 시인은 무슨 말을 건네고 싶었을까. 셸리의 시를 다시 읽으며 시인의 가슴에 품었던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으리라.
- 셸리의 시 「서풍에게 부치는 노래」의 마지막 구절
The sun is warm, the sky is clear,
The waves are dancing fast and bright,
Blue isles and snowy mountains wear
The purple noon's transparent might;
The breath of the moist air is light,
Around its unexpanded buds;
Like many a voice of one delight,
—The winds, the birds, the ocean-floods—
The City’s voice itself is soft like Solitude’s.
태양은 따뜻하고, 하늘은 맑고
물결은 빠르게 찬란히 춤추며,
푸른 섬과 눈 덮인 산은
자줏빛 정오의 투명한 힘을 두르고 있다.
촉촉한 공기의 숨결은 가볍고,
피지 않은 꽃봉오리 사이를 맴돈다.
그 모든 소리는 마치 하나의 기쁨처럼—
바람, 새, 바다 물결—
도시의 소리조차 고독처럼 부드럽다.
Yet now despair itself is mild,
Even as the winds and waters are;
I could lie down like a tired child,
And weep away this life of care
Which I have borne and yet must bear,
Till death like sleep might steal on me,
And I might feel in the warm air
My cheek grow cold, and hear the sea
Breathe o'er my dying brain its last monotony.
그러나 절망조차 이제는 온화하다,
바람과 물처럼 말이다.
지친 아이처럼 누워
지금껏 짊어지고 또 짊어져야 할
이 근심의 삶을 눈물로 씻어낼 수 있다면—
죽음이 마치 잠처럼 다가와
따뜻한 공기 속에서 내 뺨이 서늘해지고,
바다가 마지막으로 내 죽어가는 의식에
단조로운 숨결을 불어넣을 것이다.
- 셸리의 「나폴리 근방에서 절망 중에 쓴 시」 1연과 마지막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