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음식
자리물회는 제주 사람에게 가장 특별한 음식이다.
오래전 제주를 여행하면서 자리물회를 맛본 적이 있다. 그때는 그 맛을 모르고 먹다가 반쯤 남긴 기억이 있다. 무난한 입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도 자리물회는 쉽지 않았던 셈이다. 이제는 그 맛에 친숙해졌고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보목마을에 살면서 이래저래 자리물회를 맛보게 된 덕분이다.
내가 사는 보목마을에는 해마다 자리돔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5월 하순경 사흘 동안 내내 이어지는데 자리물회를 먹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한다. 보목항 방파제 끝 무대에서는 갖가지 공연이나 행사가 이어진다. 보목마을회에서 주관하는 먹거리 장터에는 자리물회를 비롯해서 숙회, 구이 등 자리로 만든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보목항 근처의 음식점들도 이맘때 성황을 이룬다.
자리돔은 봄부터 여름까지 보목항을 중심으로 지귀도에서 섶섬까지 큰 어장을 형성한다.
바닷물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정박한 배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조업에 바쁘고, 어선이 귀항하는 새벽마다 보목항 주변은 활기를 띤다. 도대불(옛 등대를 뜻하는 제주어) 앞에서는 아주머니들이 갓 잡아온 자리를 손질하느라 부산하다. 손바닥만한 작은 생선이지만 까무잡잡하고 단단해 보인다. 자리는 얇은 비늘로 덮여 있고 주동이 부분이 딱딱해서 손질하기 쉽지 않다.
보목마을 사람들은 자리를 물회로 먹는데, 그 맛이 그렇게 특별한가 보다.
물회는 손질한 자리를 잘게 썰고 오이, 무, 양파 등 야채를 섞어 넣는다. 제주식 물회는 된장을 풀어 구수하고 자극적이지 않다. 자리물회도 된장을 기본으로 국물을 만들고 기호에 따라 식초나 빙초산을 뿌려 신맛을 낸다. 여기에 ‘제피‘라고 하는 초피나무 잎을 통째로 넣어 향을 입힌다. 진한 향을 내는 제피는 물회와 잘 어우러진다. 어린 제피의 잎은 식중독을 예방하고 소화도 촉진시킨다고 한다.
보목마을 출신의 한기팔 시인은 자리물회를 ‘눈물이 핑 도는 가장 제주적인 음식’이라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먹었던 자리물회를 잊지 못하는 것 같다. 봄과 여름 사이 제주를 여행한다면 보목항으로 가서 자리물회 한 그릇 먹으며 제주의 소울푸드라고 할 만큼 푸근하고 그리운 맛에 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