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의 하룻밤

서귀포의 여름(2)

by 박현

여름이 가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숲 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보는 것, 낭만 자체를 즐겨보고 싶었다.




여름은 훌훌 떠나기에 좋은 계절이다. 짐이 가볍기 때문일까.

먼저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야영장을 예약했다.

제주도에는 수많은 야영시설이 있지만, 나름대로 잘 관리되고 있는 곳이 휴양림 내의 야영장인 것 같다.

그리고 캠핑 필수 장비인 텐트를 중고로 구입하고 거치 방법을 설명서와 동영상을 찾아 숙지했다.


휴양림에 도착해 준비물을 손수레에 싣고 야영데크로 갔다.

초보 캠핑자에게 텐트를 거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리 부부 둘이서 꼬박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너텐트를 펴서 폴이라고 하는 막대를 세우면 되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무엇이든 처음 해보는 일은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캠핑 의자에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셨다.

숲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하늘이 푸른 나뭇잎에 덮여 있다. 주변은 온통 때죽나무 군락이다.

때죽나무는 제주어로 ‘종낭’이라고 하는데 종 모양의 열매가 나뭇가지 끝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머리 위로는 매미가 한창이다. 시끄럽게만 느껴지던 매미 소리가 숲 속 바람과 함께 시원하게 느껴졌다.


숲 속 해는 서둘러 졌다. 어둑해질 틈도 없이 어느새 캄캄하다.

데크 길을 따라 조명이 켜지고 휴대용 랜턴도 켰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새 밤이 되었다.

텐트 속에 들어가 누워 보았다. 좁은 듯 어깨가 맞닿았지만 하룻밤 자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바닥이 딱딱하니 좀 더 편한 잠자리를 위한 장비가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먼저 눈을 뜬 숲 속 새들이 가볍게 날아오른다.

붉은오름 탐방을 위해 나섰다. 삼나무 숲을 지나고 오르막 계단을 올라간다. 아직 산수국이 한창이다.

분화구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본다. 두꺼운 구름 위로 솟아오른 해가 거대한 성채를 비추고 있다.

성산일출봉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구운 달걀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휴양림 숲 속 길을 산책했다. 데크 길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숨을 크게 쉬어 본다.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온갖 새소리로 가득하다. 깊이 들어갈수록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까마귀 소리가 우렁차다.

길이 거의 끝나갈 무렵 숲 속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매미의 군무를 본 적이 있는가?

고작 여름 한 철을 살아가는 매미의 춤은 박진감 넘친다.

얼마나 힘차게 날아다니는지 배의 흰 거죽이 다 드러나고 파란색의 몸체가 빛난다.

날갯짓은 하나의 떨림 같다. 그 진동의 힘이 아름답다.




한여름 밤 별빛은 흐릿했지만, 비록 반딧불이 불빛과 마주하지 못했지만,

여름 숲에 가면 매미의 아름다운 군무를 볼 수 있다.

자신의 껍데기를 나무껍질에 남겨 둔 사랑은 너무도 절망스러운데, 우리의 삶은 얼마나 지루한가?

텐트를 해체하고 짐을 싸며 나는 또 하나의 여름과 작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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