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개의 심장, 오름

제주 여행(2)

by 박현

제주 여행의 두 번째 테마는 오름이다.

제주도는 모든 자연경관에서 뛰어나지만 오름을 빼놓을 수 없다. 오름 자체의 경관도 뛰어나지만, 오름에 올라 바라보는 제주의 모습은 너무도 아름답다. 정상에서 분화구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과 함께 걷는 것도 좋고,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둘레길을 걷는 것도 좋다.


제주섬에는 368개의 심장이 뛰고 있다.


오름은 주변보다 봉긋이 솟아 오른 지형을 가리키는 제주어이다.

오름은 곶자왈과 벵디를 만들어 냈다. 곶자왈은 오름 옆으로 용암이 흘러내린 땅이고, 뱅디는 오름과 오름 사이의 평평한 땅이다. 오름은 보존의 필요성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조례에 의해 관리한다.


제주도의 공식 통계로 오름의 수는 368개이다.

한라산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내의 탐방이 제한된 오름과 물찻오름처럼 자연휴식년제가 적용된 오름을 제외하고 실제로 탐방할 수 있는 오름은 200개 정도 된다.


제주 여행자에게 오름은 특별한 콘텐츠다.


오름 산행은 봄이나 가을이 좋다.

봄에는 야생화 천국이고 가을엔 억새 물결이다. 날이 더워지면 수풀과 가시덩굴이 우거지고 진드기가 달라붙어 여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몇 개의 오름을 묶어 한꺼번에 오르거나, 오름과 곶자왈을 함께 탐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오름은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노꼬메오름, 새별오름, 따라비오름이다.

특히,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구좌읍 세화리 소재)은 마을 해설사가 상주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금오름이나 저지오름은 정상에 올라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름의 지명은 오름 외에도 산, 봉, 뫼 등이 붙은 곳이 많다.

당오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오름은 본향당이 있는 송당을 비롯해서 와산, 고산, 동광 등 네 곳이나 된다. 민둥산이라는 뜻의 민오름, 옛날 봉수대가 있던 전망이 좋은 망오름도 여러 군데 있다.


오름은 독립화산체로 화산 분출 형태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가진다.


오름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질학적으로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오름은 분석구(scoria cone)가 대부분이다.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한 송이(송이는 '가벼운 돌'이라는 뜻의 제주어)가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원뿔 모양의 화산재 덩어리로 만들어진 언덕인 셈이다. 오름 주변을 산책하다 보면 화산 폭발 당시 터져 나온 용암 덩어리가 화구 주변에 떨어져 굳어진 화산탄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교과서대로 모든 오름이 깔때기 모양의 분화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큰 위력으로 용암을 내뿜다가 그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쪽이 터진 말굽 모양의 오름이 더 많다. 용암이 분출하다 힘이 약해져 밑으로 다시 가라앉기도 하고, 분화하다 말고 그대로 굳어버리기도 한다. 오름 산행을 하면서 어떻게 오름이 만들어졌는지 상상해 보는 것도 큰 재미일 것이다.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과 함께 살았다.

과거에 오름은 말과 소를 키우는 삶의 터전이었다. 소나 말의 먹이가 되는 목초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오름에 불을 지르고 진드기를 퇴치하기도 했다. 또한, 분화구 안에서 농사를 지었던 흔적들이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오름의 주변으로는 산담('무덤 경계에 쌓은 돌담'을 뜻하는 제주어)도 흔히 볼 수 있다.


1970년대 살림 녹화 사업으로 대부분 민둥산이었던 오름은 푸르게 바뀌었다.

한라산 오름 일대에 삼나무가 인공조림으로 심어졌고, 오름 중턱에서 정상까지는 수많은 소나무들을 심었다. 최근 도에서 오름 경관 회복에 대한 권고안을 채택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능선과 분화구가 드러나는 탁 트인 형태의 오름을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주는 오름의 왕국이다.

스스로 나그네가 되어 제주 전역의 오름을 탐사하고 기록했던 김종철은 오름나그네에서 오름의 왕국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영갑의 오름 사진을 보면 오름의 왕국이라는 말이 얼마나 멋지게 느껴지는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름은 따라비오름(표선면 가시리 소재)이다.

따라비오름은 세 개의 굼부리와 여섯 개의 능선을 가지고 있다. 정상에 올라 능선 길을 따라가 바람을 등지고 굼부리 속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가을 억새가 필 때 그곳은 은빛 천국이 된다.



* 제주의 오름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소규모 화산 활동에 의해 형성된 소화산체로, 그 형태나 조성이 비교적 단순하기에 단조로운 단성화산체라 불린다. 제주에는 총 455개의 소화산체가 분포하고, 주변보다 눈에 띄게 봉긋 솟은 오름은 368개 분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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